백화점, 대형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납품업체의 판매 수수료율을 부당하게 인상하는 등 ‘갑질’을 할 때 부과되는 과징금이 2배 높아진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2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대규모유통업법 과징금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 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행정예고 기간(6월22일~7월12일) 동안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한 후 규제심사 등을 거쳐 10월 중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기준율이 현행 30~70%에서 60~140%로 2배 인상된다. 예를 들어 A백화점이 납품업체 B사에게 판촉비용을 부당하게 전가한 경우, 지금은 ‘법 위반 금액(10억원으로 가정)’에 부과기준율(50%ㆍ법 위반 ‘중대’ 기준)을 곱해 5억원의 과징금이 산출된다.
하지만 개정 후에는 부과기준율이 100%로 높아지며 1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과징금 부과기준율 인상으로 대형 유통업체의 법 위반행위를 사전에 억제하는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정부에서 대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개정했던 과징금 고시를 ‘정상화’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6월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법 과징금 고시를 개정하며 과징금 기준금액을 ‘전체 납품대금’에서 ‘법 위반 금액’으로 변경했다. 통상 ‘전체 납품대금’이 ‘법 위반 금액’보다 크기 때문에 당시 고시 개정이 ‘대기업 봐주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취임과 동시에 기준금액은 ‘법 위반 금액’으로 그대로 유지하되, 부과기준율을 2배 인상하는 방식으로 과징금 제재를 대폭 강화한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납품대금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한 후 법 위반책임, 부당이득 등을 고려해 감경하는 방식보다는 처음부터 법 위반금액에 비례해 과징금을 산출하는 게 합리적”이라며 “과징금 부과체계의 합리성을 유지하면서 부과기준율을 높이는 식으로 법 위반 억지력을 크게 높였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형 유통업체가 법 위반행위에 대해 자진시정 하거나 혹은 공정위 조사에 협조할 때 과징금을 일부 깎아주는 ‘감경율’은 줄어든다. 현재 최대 50%인 자진시정 감경율은 개정 후 30%로, 최대 30%인 조사협조 감경율은 20%로 낮아진다.
또한 개정안은 과징금 감경 기준을 구체화했다. 현재 ‘부담능력이 현저히 부족’하거나, ‘사업 계속에 상당한 지장’이 있는 경우 등과 같이 다소 주관적인 과징금 감경기준을 자본잠식율, 부채비율, 당기순이익 적자여부 등 객관적인 지표로 구체화한 것이다.
공정위 측은 “이번 과징금 고시 개정이 완료되면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사전 억지력이 높아지고 과징금 감경 및 조정도 보다 구체화된 기준에 따라 투명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