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ㆍ이재용 부회장
상대방 재판에 출석 가능성
김기춘은 내달 3일 결심공판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거물 피고인 3인의 재판에 선 증인이 벌써 100명에 이르렀다. ‘세기의 재판’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전ㆍ현직 재계 임원과 전직 장ㆍ차관을 포함한 고위 공무원들이 다수를 차지해 무게감을 더한다.
세 거물 피고인 재판에 출석한 증인의 면면은 다채롭다. 뇌물수수 등 16개 혐의를 받고 있는 박 전 대통령 재판의 경우 최순실씨 재단에 지원을 강요 받은 대기업 임원들, 삼성합병과 관련한 전직 국민연금공단 관계자, 정유라씨 승마 지원과 관련해 전ㆍ현직 승마계 관계자들로 구성이 다양했다. ‘삼성합병’과 ‘승마지원’ 등 현안이 걸린 이 부회장 재판도 승마계와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들이 주를 이뤘다. 반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김 전 실장 재판은 문화체육관광부 전ㆍ현직 공무원들이 주로 증언대에 섰다.
‘호화 게스트’지만 증인 대부분은 법정 증언을 부담스러워한다. 특히 기업인이 더 그런 눈치다.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K스포츠재단 등 지원을 요구한 인물이 구체적으로 누구냐’고 묻는 검찰 질문에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은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하고 곤혹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삼성의 전ㆍ현직 임원들은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출장 등을 명목으로 증인 출석을 미루고 있다. 한 재계관계자는 “기업 이미지나 총수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공무원들은 기업인의 자세와 다소 상반된다. 특히 김 전 실장 재판에서 증인으로 자괴감을 토로하는 모습이 종종 포착됐다. “실무자로서 굉장히 고통스러웠다”(전 문체부 과장)거나 “중단할 것을 권유하자 ‘당신이 다칠 것’이라고 했다”(전 문체부 국장)는 등 부당한 지시에 항거하지 못한 스스로를 원망하기도 했다.
각 재판에는 앞으로 핵심 증인 출석이 예정돼 있다. 검찰은 22일 박 전 대통령 공판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세운다는 입장이다. 내달에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상대방 재판에 각각 증인으로 출석할 가능성이 있다. 3개월간 진행된 김 전 실장 재판은 내달 3일 결심공판을 끝으로 사실상 마무리될 전망이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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