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인터뷰서 “트럼프 대통령과 다르지 않다”
한반도 문제 주도적 해결 목소리 내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잇따라 진행한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핵 문제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등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양국의 정책 방향이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선후보 시절의 외교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미간 잡음을 최소화하고 대북정책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주력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관계의 주도권은 우리 정부가 가져야 한다는 역할분담론도 강조해 ‘할 말은 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20일과 21일 각각 공개된 CBS와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는 문 대통령이 취임 후 가진 첫 언론 인터뷰다. 문 대통령은 WP 인터뷰에서 후보 시절 언급한 평양행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대화에 대해 “조건이 갖추어지면 그렇다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도 조건이 갖추어지면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가 말하는 관여(engagement)는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관여와 같다”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의견 일치를 거듭 부각시켰다. 문 대통령은 “미국의 오바마 정부가 ‘전략적 인내’라는 정책 기조 하에 북한과 아무런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고, 우리 대한민국 정부도 북한에 대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 실패했다고 평가한 데 대해서도 손뼉을 맞춘 것이다.
문 대통령은 미국과 보조를 맞추면서도 “이제는 한국이 좀 더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한반도 문제에 대해 주도적인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우리는 북한 핵문제를 위해 제재와 압박이라는 메뉴판에 대화라는 메뉴판을 더해야 한다”며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 대해 “‘비이성적이고 위험한 지도자’로 규정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북한을 통치하고 있고, 북핵 폐기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며 양면적인 평가를 내렸다. 비이성적 지도자지만 현실적인 대화 상대로 인정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다만 개성공단 재개와 관련해선 “지금처럼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높여나가는 단계에선 논의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북한이 비핵화에 어느 정도 진전을 보인 후에나 가능한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인도적 지원과 이산가족 상봉 등을 대북관계 개선의 매개로 사용할 뜻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인도적 지원은 국제적인 대북제재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서도 허용된다”면서 “대북 제재ㆍ압박과 함께 인도적 지원과 교류가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서도 “인권을 위한 조치”라고 추진 의사를 밝혔고, 대북 현금 지원에 대해선 “유엔 제재 방안 속에 금지돼 있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또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계획에 대해선 “한국이 언젠가 찾아와야 한다는 것은 주권국가로서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며 “한국이 전시작전통제권을 가지게 된다 하더라도 한미연합사령부가 유지되는 한 한국의 안보나 주한미군의 안전에 대해서 충분히 우리가 지켜낼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군사훈련 축소를 거론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의 언급에 대해선 “보도를 통해 봤고, 개인적인 견해를 말한 것”이라고 거리를 뒀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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