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행정도시) 개발 진도를 놓고 이해찬 국회의원과 이충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간 공방이 벌어졌다. 이 의원이 예산 투입 규모와 자족기능 확보 등을 들며 사업이 부진함을 지적하자 이 청장은 차질 없이 개발하고 있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이 청장은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정례브리핑에서 “행정도시는 당초 계발계획에서 ‘원안+α’로 추진되고 있으며, 도시개발 진도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이날 저출산 시대에도 불구하고 세종시의 출산율이 전국 17개 시ㆍ도 가운데 가장 높고, 주민만족도도 높다는 점을 들며 이 같은 입장을 강조했다. ‘원안+α’ 근거로 조치원연결도로 8차선확대, 아트센터 규모 확충 등을 들기도 했다.
이 청장은 자족기능과 관련해선 세종테크밸리 개발을 통한 기업 유치, 국내외 여러 대학과의 MOU, 대형유통시설과 각종 정부 산하기관 등을 성과로 제시했다. 이 청장은 브리핑 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행정도시 핵심 자족시설 유치 현황’ 자료를 언론에 추가 배포하기도 했다.
이 청장이 이날 행정도시 개발 성과를 적극 설명하고 나선 것은 세종시가 지역구인 이 의원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당시 ‘행정도시 개발이 부진하다’고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의원은 이달 15일 청문회에서 “세종시의 원래 투입규모는 8조5,000억원으로, 2016년까지 7조원은 넘게 투입돼야 했는데 실제론 4조7,000억원 정도로 아주 부진하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 때 백지화(수정안)하려 했고, 박근혜 정부는 예산 투여를 거의 안 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의원은 또 “행정도시 건설이 2단계로 넘어가면서 민간기업, 대학, 연구소 등을 많이 유치해야 하는데 실제 유치한 것은 충남대병원 하나밖에 없다”며 건설청의 성과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이 청장에 대해 “딴 짓 하느라 그런 일(자족기능 확충)을 거의 안 한다”고 비판하기까지 했다. 이는 이 청장이 내년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행보를 의식해 활동한다고 비꼰 것이다. 최장수 건설청장(4년 이상)인 이 청장에겐 이미 오래 전부터 세종시장 출마설이 꼬리뼈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이 청장 본인도 이에 대한 언론 등의 질문에 ‘불출마’ 언급은 하지 않고 있어 출마 가능성을 계속 열어두려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건설청이 MOU를 잔뜩 했지만 확정된 것은 거의 없지 않느냐. 마치 이명박 정부 당시 자원외교 성과를 크게 내세웠지만 실제 성과는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지금이라도 행정도시 건설에 내실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시민단체 관계자는 “행정도시 건설이 더뎠던 것은 기본적으로 이명박ㆍ박근혜 정권의 탓이다. 그 결과로 건설청의 예산이 계속 줄면서 이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됐다”며 “문재인 정부는 이를 반면교사 삼아 행정도시를 차질 없이 개발하고, 속도도 더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정치권도 이제 정파를 초월해 국민에게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의지를 보여주고, 또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