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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새 왕위계승자 모하메드는 누구?

입력
2017.06.2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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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21일 왕세자 교체

32세 현 국왕 친아들… ‘실세 왕자’

대외정책은 이란에 강경, 내치에선 ‘젊은 사우디’ 표방

21일 새 사우디 왕세자로 책봉된 모하메드 빈 살만(왼쪽) 왕자가 전임 왕세자 모하메드 빈 나예프 왕자의 손에 입을 맞추고 있다. 메카=알에크바리야 AP 연합뉴스
21일 새 사우디 왕세자로 책봉된 모하메드 빈 살만(왼쪽) 왕자가 전임 왕세자 모하메드 빈 나예프 왕자의 손에 입을 맞추고 있다. 메카=알에크바리야 AP 연합뉴스

살만 현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의 아들인 모하메드 빈 살만 알사우드(32) 국방장관이 차기 왕위계승자로 내정됐다. 이미 국방장관이자 국영석유기업 아람코를 운영하는 사회경제 개혁 책임자로 전면에 나서 ‘실세 왕자’로 통했던 젊은 왕자의 권력이 명실공히 반석 위에 오른 셈이다.

21일(현지시간) 사우디 국영 SPA통신은 이날 왕위계승위원회가 기존 왕위계승서열 1위였던 국왕의 조카인 모하메드 빈 나예프를 몰아내고 모하메드 빈 살만 왕자를 서열 1위로 올리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위원 43명 중 31명이 왕위계승자 교체에 찬성했다. 살만 국왕은 즉각 칙령을 발표하고 모하메드 왕세자에 대한 충성 서약을 요구해 왕위 계승을 공식화했다.

모하메드 왕세자는 외교적으로 대(對)이란 강경파로 평가된다. 모하메드 왕세자는 2015년 사우디 중심의 연합군을 조직해 예멘 내전에 개입,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후티 반군을 예멘 수도 사나에서 몰아냈다. 이후 예멘 내전은 장기화돼 유엔 발표에 따르면 2년간 민간인 1만명이 사망하고 수천만명이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사우디의 예멘 내전 참전은 사실상 이란을 겨냥한 대리전쟁으로 해석되고 있다. 모하메드 왕세자는 또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면전에서 이란과 화해하려는 미국 외교정책을 비난한 적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란 노선에는 긍정적인 전망을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모하메드 왕세자의 전면 등장이 최근 카타르 외교 고립 사태 등으로 불거진 사우디와 이란의 대결 구도를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사회경제 분야에서는 젊은 모하메드 왕세자가 사우디 왕가 내에서 개혁ㆍ개방을 상징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국영석유기업 아람코의 경영자이기도 한 그는 2016년 ‘비전 2030’이라 불리는 경제 개발 계획을 제시해 석유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탈피하겠다고 선언했다. 아람코의 지분을 매각해 약 2조5,000억달러에 이르는 재원을 마련, 국부 펀드를 조성하고 사우디의 도시 개발과 석유 분야 외 광업ㆍ군수산업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는 지난 4월 칼럼에서 모하메드 왕세자는 서구 문화 수용과 표현의 자유 확대에도 적극적이라고 묘사했다. 그는 “사우디는 미국의 영향을 받았으며 압력을 받아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개방하게 될 것”이라 주장했다. 2016년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는 “종교를 우선시하는 세대가 지나면 여권은 더욱 신장될 것”이라며 여성 인권 개선에도 의지를 내비쳤다.

2016년 기준으로 24세 이하 인구가 전체의 45.4%일 정도로 ‘젊은 국가’인 사우디를 이끌기에 적절한 인사라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모하메드 왕세자 자신도 “우리 국민의 70%가 나와 같은 젊은이”라며 “지난 30년간의 시대를 접고 종교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개인으로서 새로운 세대와 사회를 발전시키길 원한다”고 말했다.

왕위계승자 자리에서 밀려난 모하메드 빈 나예프는 내무장관직도 내려 놓고 정가에서 은퇴할 것으로 보인다. 살만 현 국왕의 형이었던 나예프 전 왕세제의 아들로 2015년 무크린 왕세제와 교체돼 ‘사우디 왕가 3세대’로서는 처음으로 왕위계승서열 1위에 올랐지만 살만 국왕이 통치 기간 꾸준히 모하메드 왕세자를 권력의 중심으로 밀면서 언젠가는 왕위계승 경쟁에서 밀려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사우디 왕가는 1932년 압둘아지즈 이븐사우드 국왕이 개창하고 장자인 2대 사우드 국왕이 처음 왕위를 계승한 이후부터는 형제상속의 ‘전통’을 지켜 왔다. 자식이 많았던 압둘아지즈 국왕이 왕자간 왕위 다툼을 경계해 사우드 국왕의 동생들에게 왕위계승서열을 부여한 탓이다. 그러나 왕가 2세대가 대부분 70대로 접어들면서 국왕 고령화 현상이 심해진 2010년대 들어서는 3세대 국왕이 탄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모하메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모하메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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