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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브뤼셀… ‘피의 라마단’ 테러에 떠는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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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브뤼셀… ‘피의 라마단’ 테러에 떠는 유럽

입력
2017.06.21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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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살된 용의자 외 인명피해 없어

IS, 라마단 시기 테러 부추기며

런던ㆍ파리 이어 ‘공포의 늪’

벨기에 브뤼셀 군인과 경찰관이 20일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한 중앙역 인근에서 시민의 대피를 돕고 있다. EPA 연합뉴스
벨기에 브뤼셀 군인과 경찰관이 20일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한 중앙역 인근에서 시민의 대피를 돕고 있다. EPA 연합뉴스

유럽 사회가 테러로 또 한 번 가슴을 쓸어내렸다. 유럽연합(EU) 심장부인 벨기에 브뤼셀에서 자살폭탄 테러 시도가 발생하면서 유럽은 이번 달에만 세 차례 수니파 극단주의자에 의한 테러를 목도했다. 특히 무슬림 사회가 가장 성스럽게 여기는 라마단에 이 같은 테러가 집중되면서, 이슬람 극단주의 진영이 라마단을 악용해 유럽을 공포의 늪으로 밀어 넣고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벨기에 검찰은 전날 오후 8시45분쯤 브뤼셀 중앙역 내에서 모로코 국적의 36세 남성이 작은 폭발을 일으킨 후 현장에 있던 무장군인에 의해 사살됐다고 발표했다. 검찰에 따르면 용의자는 당시 못과 소형 가스통 등으로 이뤄진 폭발물이 든 여행용 가방을 소지하고 있었다. 그는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치며 주변 군인들의 주의를 집중시킨 후 가방을 폭파했는데 곧바로 총격을 받고 제압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측은 이번 폭발을 테러 공격으로 규정했다.

용의자 외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폭발 직후 브뤼셀 중앙역 일대에서는 대혼란이 벌어졌다. 중앙역사는 물론 도보로 약 4분 거리인 관광명소 ‘그랑플라스’에서도 즉각 대피가 이뤄졌다. 인근 식당 등 가게들에도 폐쇄 후 셔터를 내리라는 조치가 내려졌다. 폭발이 발생하자마자 중앙역에 도착했다는 시민 아라시 아자미는 BBC방송에 “역에 들어가려 하니 경비 요원이 큰 소리로 대피하라고 외쳤다”며 “골목마다 사람들이 뛰어 다니며 피신할 곳을 찾고 있었다”며 긴박한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브뤼셀은 지난해 3월 이미 브뤼셀 공항 및 도심에서 연쇄 자살폭탄 테러를 겪은 바 있다. 당시 출근하던 시민들을 포함해 32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번 폭발은 그때에 비하면 피해가 미약하지만 그 무게는 남다르다. 최근 한 달여간 유럽 주요 도시에서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테러 소식이 전해질 정도로 연일 극단주의 테러가 자행되고 있어서다. 지난달 22일 팝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의 영국 맨체스터 아레나 공연 직후 자폭 테러가 일어난 데 이어 6월에도 영국 런던 브리지(3일)와 런던 북부의 한 이슬람사원(19일), 프랑스 샹젤리제 거리에서 민간인, 경찰을 겨냥한 공격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이번 달에 발생한 테러는 19일 런던 테러를 제외하곤 모두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추종자들이 저질러, 지난달 27일부터 시작된 무슬림 성월 라마단이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라마단은 이슬람 신도들이 해가 떠 있는 동안 금식하며 기도 등 수행에 힘쓰는 기간이지만, IS는 반대로 이 시기에 ‘작전’ 수행을 부추기며 ‘피의 라마단’을 만들고 있다. IS는 실제 지난해와 올해 연달아 라마단 돌입 직전 유튜브 등을 통해 “이제 한 달간 신앙심이 없는 자들을 공격하는 데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라. 심판의 날 너의 순교에 대한 보상이 극대화될 것”이라고 선전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3년간 라마단마다 IS에 의한 테러로 수백명이 희생됐다”며 “이슬람교의 평화로운 라마단 전통이 테러리스트들의 극악무도한 이데올로기로 완전히 뒤틀렸다”고 비난했다.

라마단 종료(25일)까지 불과 사흘이 남아 있는 가운데, 라마단 중 가장 신성시되는 마지막 열흘은 테러 위험이 극도로 높아지는 때이기도 하다. 열흘 중 예언자가 처음으로 쿠란의 가르침을 받았다는 날인 ‘라일라트 알 카드르(권능의 밤ㆍ올해는 21일)’ 전후로 극단주의자들이 쉽게 동요한다는 것이다. 대테러 전문가인 호주 멜버른 디킨대학교의 그레그 바턴 교수는 “정신세계가 도착(倒錯)된 테러리스트들은 라마단의 정점인 권능의 밤을 공격하기 좋은 시기로 여기기 쉽다”고 지적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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