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칼럼니스트 NYT 칼럼서 문제제기
지난 14일(현지시간) 발생한 영국 런던 그렌펠 타워 화재에서 처음으로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 6명 중 한 명은 시리아 난민 출신 대학생 모하메드 하지 알리(23)였다. 그렌펠 타워가 있는 지역은 모로코와 소말리아 출신 등 다양한 인종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현재까지 79명이 사망, 세계 2차 대전 이후 런던에서 발생한 최악의 화재라는 오명을 쓰게 된 그렌펠 타워 화재가 극심해진 영국 내 인종ㆍ계급 차별의 결과라는 비판이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 편집장인 다운 포스터는 21일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인종차별이 그렌펠 타워를 불태웠다’라는 칼럼에서 “영국 내 인종차별이 이번 참사를 이해하는 열쇠”라고 주장했다. 포스터에 따르면 현재 영국 백인의 빈곤율은 20%로 사상 최저 수준이지만, 흑인 빈곤율은 50%에 달할 정도로 인종간 빈부격차가 극심하다. 유색인종ㆍ난민 등 비(非) 백인들이 다수 거주하는 그렌펠 타워 화재가 참사가 된 이유는 이런 인종ㆍ계급 격차가 근저에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현장에서 세입자 대부분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라는 증언을 들었다"며 “이는 2015년 그렌펠 타워 리모델링을 할 때 세입자들 (안전문제)요구가 대부분 무시됐을 거라는 점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포스터는 이 칼럼에서, 전 그렌펠 타워 입주자 협의회 회장의 증언을 빌어 리모델링 회사 측 변호사들이 많은 세입자들에게 협박조 편지를 보내기도 했고, 회사 관리자들이 찾아가 고압적인 언사를 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안전문제를 제기하는 가난한 세입자들의 요구를 리모델링 회사 측이 묵살했을 수 있음을 추론케 한다. 그는 “백인 세입자들은 관리자들이 자신들의 말에 일단 귀를 기울였다고 밝혔지만, 흑인과 남아시아 계통 생존자들은 ‘당신들은 불평을 할 권리가 없다. 당신들은 영국에 온 손님이다’라고 느꼈다고 증언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렌펠 타워가 있는 왕립 켄싱턴과 첼시지구는 초호화 주택이 밀집해 있는 지역임을 상기한 뒤 한 비 백인 입주자의 말을 빌어 “만약 호화주택에 사는 사람들이 쓰레기통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면 지역 의회가 곧바로 조치했을 것이지만, 자신들은 백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자신들의 안전에 대한 요구가 묵살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지난 주 사고현장을 찾았다가 ‘안전문제’라며 생존자들을 만나지 않고 간 테리사 메이 총리를 비판한 뒤 “그렌펠 타워 화재 이후 불붙는 분노는 계급과 인종, 젠트리피케이션, 공공정책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고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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