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ㆍ사 의료보험 연계법 연내 제정
건보 강화로 민간 보험사 반사이익
정부 “실손보험료 인하 유도할 것”
간병비ㆍ특진비ㆍ상급병실료 등
비급여 항목 축소 보험체계 손질
업계 “높은 손해율로 적자인데
근본 처방 빠진 미봉책” 반발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실손보험료가 더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확대로 민간 보험사들이 얻는 반사이익을 실손보험료 인하로 이어지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21일 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을 연계해 실손 보험료 인하를 유도하는 법을 연내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박광온 대변인은 “실손보험이 금융상품으로만 인식되며 국민 총 의료비 적정화 관점에서 실손보험을 관리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이 없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 민간보험 보험료를 인하하겠다는 공약을 내 놨다. 건강보험의 보장 항목이 늘어나 민간보험사에서 지출하는 보험금이 줄어든 만큼 보험료를 내리겠다는 논리였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로 최근 5년간 실손보험이 누린 반사이익이 1조5,000억원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을 연계해 관리하는 이른바 ‘공ㆍ사 의료보험 연계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우선 올해 하반기 정책협의체를 구성해 비급여 의료실태와 실손 손해율(받는 보험료 대비 나가는 보험금) 현황을 파악하고 건강보험 보장 확대에 따른 손해율 하락 효과를 산출하기로 했다.
실손보험료 인하는 비급여 항목을 축소해 실손보험 체계를 손질함으로써 국민 부담을 줄여준다는 게 골자다. 이번 연계법 제정으로 향후 5년간 현재 63% 수준의 건강보험 보장성을 70%까지 올린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관건은 비급여의 보장률이다. 정부가 3대 비급여(간병비 특진비 상급병실료) 등 진료비를 단계적으로 건강보험에 포함해 나가겠다고 밝힌 만큼 보장률에 따라 보험료가 얼마나 내려갈지 여부가 결정된다. 한 경제학과 교수는 “비급여를 대폭 줄인다는 게 정부의 취지인데 얼마나 축소할지 명확하지 않다”며 “보장성을 강화하고 비급여 부담이 큰 항목이 포함된다고 해서 내년에 곧바로 민간 보험료 인하로 연결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방안이 기존 가입자의 보험료 인하로 직접 이어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성주 국정기획위 전문위원 단장은 “이미 가입한 사람이 혜택을 보려면 기존 보험을 해지하고 새로운 보험으로 전환하는 방법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출시된 이른바 ‘착한 실손보험’의 보험료는 최대 25% 낮아졌다.
국정위는 이날 보험료 인상폭을 25%로 제한하는 등의 방안도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오른 보험료를 소급 적용해 돌려주는 방안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보험업계에서는 근본 처방이 빠진 미봉책이라는 불만이 나왔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의료계의 과잉진료와 일부 소비자의 의료쇼핑 탓에 손해율이 오르고 보험료 인상도 되풀이 되는데 정작 이에 대한 대책은 빠진 채 보험사들의 손목만 비틀고 있다”고 반발했다. 실손보험의 높은 손해율로 큰 적자를 보고 있는 점을 고려하지 않아 자칫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현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기획조정실장은 “민간 보험사가 받았다는 반사이익을 구체화하고 실질적 손해율을 추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논란을 정부가 얼마나 잘 뚫고 나가느냐가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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