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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內 출동했지만… 직원소방대 우왕좌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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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內 출동했지만… 직원소방대 우왕좌왕

입력
2017.06.2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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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건물… 피난층 따로 없어

비상계단으로 1층까지 꼬박 25분

상주인력 1만여명 대피 아찔

보안팀 동선 등 문제점 드러나

“매뉴얼 완벽 숙지할 수 있게

평시 화재대응 훈련 강화해야”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고층건물에서 화재대응 훈련이 진행됐다. 건물 보안팀 직원들이 지시봉을 들고 행인들을 안내하고 있다.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고층건물에서 화재대응 훈련이 진행됐다. 건물 보안팀 직원들이 지시봉을 들고 행인들을 안내하고 있다.

21일 오후2시 서울 강남의 한 고층건물의 꼭대기층(54층)에 국민안전처 화재안전 점검팀과 건물 관계자, 기자 등이 모였다. 영국 런던의 그렌펠 타워 화재를 계기로 국민안전처가 실시 중인 30층 이상 고층건물 화재안전 점검의 일환이다.

대형쇼핑몰이 있고 국제회의가 자주 열리는 이 건물은 화재가 발생할 경우, 중간에 대피할 장소가 없어 비상계단을 통해 1층이나 옥상까지 이동해야 한다. 두 명이 서면 꽉 찰 정도로 좁은 비상계단은 이 건물에 상주하는 약 1만2,000명이 한꺼번에 몰렸을 경우 어떤 상황이 될 지 아찔했다. 신용식 안전처 특별조사계장은 “그나마 비상계단에 물건 등을 쌓아놓지는 않아 통행에 불편이 없는 점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꼭대기층에서 1층까지 이동하는 데는 약 25분이 걸린다. 신 계장은 “평소에 비상계단이 어딘지 잘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직접 그 경로를 이용해보지 않은 상황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평소에 대피 경로를 경험할 수 있도록 화재대응 훈련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물 안전관리팀 관계자는 “화재 경보가 울리면 30층과 40층에는 보안팀 소속 피난 유도 담당자가 형광 안전조끼를 입은 채 배치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바로 의문이 제기됐다. 신 계장은 “보안팀이 각기 다른 층에 있다는데, 화재가 나서 30층이나 40층으로 가다가 대피하는 사람들이랑 섞이면 혼란이 있지 않겠나”라고 물었다. 건물 관계자는 “보안팀 외에도 각 층당 3~7명의 대표자를 지정해 깃발, 손전등 등을 들고 안내하도록 했다”고 답했다.

2012년 시행된 초고층 및 지하 연계 복합 건축물 재난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50층 이상, 200m 이상인 초고층 건물은 30층마다 방재시설을 갖춘 피난층을 마련해야 하지만 법 시행 이전에 만들어진 건물은 예외다. 1988년 완공된 이 건물도 피난층이 없다.

때문에 이 건물은 건물 관계자들이 화재 발생 시 얼마나 침착하게 대피를 안내하느냐가 중요하다. 하지만 이날 훈련에서는 허점이 드러났다. 비상계단 점검에 앞서 오전 11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건물 지하에서 가상 화재 발생 훈련이 있었다. 건물 방재팀장이 “오전 11시 지하 연결공간에서 화재상황 발생했으니 자체소방대 현장 출동해 초기 소화에 대응해 달라”고 알리자, 2분이 안돼 30여명의 경비, 시설 직원들이 소화기와 대피 안내용 지시봉 등을 들고 모여들었다. 방호복을 입은 직원들은 소화전을 꺼내 불이 난 것으로 설정된 방향으로 향했고 지시봉을 든 직원들은 행인들이 화재 지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안내했다. 하지만 모여든 직원 일부는 현장 책임자의 지시가 내릴 때까지 자리를 못 잡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체소방대 임무를 띠고 출동한 직원 10여명에게 부여된 역할을 물었다. 이들은 자신이 소화반, 대피유도반에 소속돼 있다고 답변했지만 건물 관리팀에서 제출한 임무표에 없는 이름이 절반 이상이었다. 본인의 구체적인 역할을 답하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훈련이 미리 공지된 상황이었음에도 매뉴얼 숙지가 제대로 안된 것이다.

신 계장은 “아무리 계획이 잘 만들어져 있다고 해도 실제 훈련을 해 보면 대응 과정에서 미흡한 경우가 많다”면서 “이날 훈련에서도 화재 경보가 울렸을 때 많은 사람들이 빨리 모였지만 막상 이들이 정확한 임무를 몰라 계획대로 움직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안전처는 6월 19일부터 7월 20일까지 각 지역 소방본부와 협조해 30층 이상 고층건물 3,266개의 소방안전대책을 전수조사 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고층건물 안전관리자 대상 소집교육과 합동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안전처 중앙소방본부에서 직접 점검하는 곳은 10곳이고 나머지 3,256개는 각 지방 소방본부가 점검에 나선다.

글ㆍ사진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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