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차공유 신생벤처기업(스타트업) ‘우버’를 만든 트래비스 칼라닉 최고경영자(CEO)가 투자자들의 반란에 결국 CEO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21일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우버의 주요 투자자 가운데 5곳은 ‘우버의 전진’이라는 제목의 편지를 통해 칼라닉 CEO가 즉시 사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편지에서 투자자들은 우버에 리더십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칼라닉은 일부 투자자와 몇 시간에 걸쳐 의논한 끝에 결국 물러나는 데 동의했다. 지난주 무기한 휴직에 들어갔지만, 우버에 거액을 쏟아부은 일부 투자자들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칼라닉은 성명에서 “우버를 세상 어떤 것보다 사랑한다”면서도 “내 인생에서 어려운 시기인 지금 우버가 싸움으로 혼란에 빠지지 않고 다시 성장할 수 있도록 투자자들의 사임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다만 칼라닉은 우버 이사회에는 남기로 했다. 칼라닉은 우버 의결권의 과반을 지키고 있어서 CEO에서 물러나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칼라닉이 2009년 직접 세운 우버는 올 초부터 위기에 빠졌다. 칼라닉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자문단에 합류한 사실이 알려지며 전 세계 이용자들의 보이콧 운동에 시달렸다. 2월에는 전직 우버 개발자가 사내 성희롱을 당했는데 회사가 이를 은폐하려 했다고 폭로했고, 구글 자회사인 웨이모 측이 “우버가 자율주행차 기술을 빼돌렸다”며 소송을 제기해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우버는 또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해 경찰의 단속을 피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런 논란을 수습해야 할 칼라닉은 우버 운전기사에게 막말했고, 이 동영상이 유출되며 오히려 회사 이미지 실추에 기름을 부었다. 최근에는 사내 직원간 성관계를 부추기는 내용의 이메일을 2013년 보낸 사실까지 폭로돼 비난의 중심에 섰다. 이 와중에 칼라닉은 지난달 보트 사고로 어머니를 잃는 불운까지 겪었다.
우버는 현재 전 세계에서 몸값이 가장 높은 스타트업이다. 기업가치가 680억달러(약 76조원)로 현대자동차 시가총액(37조원)의 2배에 이른다. 이런 우버를 직접 키운 칼라닉이 사퇴하기로 결정하면서 앞으로 누가 우버를 끌고 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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