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ㆍ대구 등 지난해 손실 5,543억원 달해
“감당할 수준 넘어” 국정위에 대책 촉구
할인제나 시간대 규정 등 대안
일각 “방만경영 개선 먼저”
지하철 승객 3명 중 1명이 ‘공짜 손님’. 올해 광주 지하철을 이용한 전체 승객 중 32.4%가 무료로 지하철을 탔다. 1월 1일부터 6월 20일까지 지하철로 실어 나른 885만7,141명 가운데 288만4,840명이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 유공자였다. 이에 따른 운임 손실만 40억3,877만여원이다. 지하철 운영주체인 광주도시철도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무임승차 비율이 31.8%에 달해 76억원의 무임손실을 입었다”며 “이는 전체 운영 적자 121억9,800만원의 63%나 된다”고 했다.
전국 대도시 중 노인 인구비율(15%ㆍ53만5,533명)이 가장 높은 부산도 무임승차로 인한손실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부산교통공사의 무임손실로 인한 적자는 2014년 1,065억원에서 2015년 1,082억원, 지난해 1,111억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무임수송 인원 중 노인 비율이 2015년 81.4%에서 지난해 82.3%로 늘면서 재정 상태를 악화시키는 중요 요인으로 자리잡았다.
상황이 이렇자 이들 광역시를 포함한 서울, 대구, 인천, 대전 등 6개 특ㆍ광역시로 구성된 전국 도시철도 운영 지자체 협의회는 “도시철도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을 정부가 보전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협의회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동건의문을 지난 14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전달했다고 21일 밝혔다.
협의회에 따르면 6개 지자체의 도시철도 운영기관이 지난해 입은 무임승차 손실은 5,543억원이다. 전체 당기순손실 8,395억원의 66%에 달하는 수준이다. 문제는 급격한 고령화와 도시철도 노선의 광역화, 정부의 유공자 보훈정책 강화로 무임승차 인원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한 재정 적자가 감당할 수준을 넘어서면서 승객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게 협의회 주장이다. 협의회는 건의문에서 “서울과 부산의 도시철도는 개통한 지 30년이 지나 선로, 역사, 전동차 등의 시설들이 내구연한을 경과하고 있지만 법정 무임승차 등으로 인한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노후시설을 교체ㆍ보수하기 위한 막대한 재원을 적기에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동안 정부는 도시철도 운영 주체는 지자체이므로 무임승차 손실 역시 지자체가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들의 주장을 외면해왔다. 반면 협의회 측은 65세 이상 노인의 무임승차는 1984년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 지시로 도입됐고 이후 정부의 시행령 강행규정에 따라 무임승차 대상이 장애인과 국가유공자에게까지 확대됐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무임승차를 도입했으니 원인제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정부가 손실을 보전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한국철도공사에는 무임승차 손실의 50~60%를 지원하고 있는 것 역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이 참에 요금을 일정액 할인해주거나 특정시간 대에만 무임승차가 가능한 외국사례를 참고해 관련 규정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협의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대현 서울시 교통기획관은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무임승차자가 급증하는 등 무임승차가 도입된 1980~90년대와 여건이 다르므로 재원 분담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도시철도 적자를 무임승차에 직결시키는 데 대한 사회적 거부감도 적지 않다.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운영위원장은 “무임승차제도를 없애면 지금처럼 많은 노인들이 지하철 요금을 내면서까지 타지는 않을 것”이라며 “적자 문제에 노인을 개입시키지 말고 경영 합리화나 방만한 경영 등에 대한 지하철 정상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ㆍ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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