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시제 확대시행 후 438종 조사
간장∙식용유 제외 이미 반쪽짜리
Non-GMO도 없어 알권리 침해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자주 구매하는 가공식품 가운데 유전자변형식품(GMO) 표시가 된 제품은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민단체들은 이를 근거로 지난 2월 확대 시행된 GMO표시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와 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 등 시민단체 4곳은 이런 내용을 담은 ‘GMO표시 현황 조사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이들 단체가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제품 중 소비량이 많은 과자, 두부 등 가공식품 438종을 조사한 결과, GMO표시가 있는 제품은 시리얼 1종과 미소(일본 된장) 1종 등 수입 제품 2종에 그쳤다. 경실련 등은 “지난 2월 GMO표시제 확대 이후에도 GMO와 관련한 소비자의 알권리 강화 효과는 나타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GMO표시제 확대 이후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GMO사용을 줄여 표시 제품이 줄어든 효과도 있다”고 해명했다. 식약처는 지난 2월부터 GMO표시 범위를 ‘많이 들어간 1~5위 원재료’에서 ‘모든 원재료’로 확대했다. 하지만 국내에 수입되는 GMO의 거의 전량이 사용되는 식용유와 간장, 액상과당 등은 GMO표시 대상에서 제외해 ‘반쪽 짜리’라는 지적이 나왔다. 식용유 등은 원료를 압착해 만들어 유전자(DNA)나 단백질 구조가 완전히 파괴돼서 GMO를 썼는지 알기 어렵다는 이유지만, 시민단체들은 옥수수나 콩을 수입할 때 제출하게 돼 있는 구분유통 증명서만 봐도 확인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다만 GMO가 인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없다는 것이 과학계의 주류적 견해다.
이번 조사에서는 GMO가 없는 제품을 의미하는‘Non-GMO’표시를 한 제품도 나오지 않았다. 유통과정에 비의도적으로 GMO가 섞일 수밖에 없는데 우리나라는 0%여야 ‘Non-GMO’표시를 붙일 수 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유럽은 0.9% 이하면 붙일 수 있다. 이와 별도로 한국은 GMO가 3% 초과면 표시를 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GMO표시제 강화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어 현재 관련 내용이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논의가 되고 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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