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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엔씨소프트 미공개정보 이용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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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엔씨소프트 미공개정보 이용 조사

입력
2017.06.2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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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M’ 게임 출시 하루 전날

부사장이 8000주 보유지분 처분

‘미공개 정보로 폭락 예상’ 의혹

“임원으로서 무책임” 비난 빗발

리니지M 대표이미지. 엔씨소프트 제공
리니지M 대표이미지. 엔씨소프트 제공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엔씨소프트의 미공개정보 이용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엔씨소프트의 최고 기대작인 모바일 게임 ‘리니지M’ 출시를 하루 앞둔 20일 배재현 엔씨소프트 부사장이 본인이 가지고 있던 회사 지분 전량을 매각한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앤씨소프트 주가가 폭락해 미공개 정보를 통해 폭락 가능성을 알고 미리 매각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회사의 명운이 걸려있는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고위 임원이 주식을 처분한 행위는 무책임한 태도라는 비판이 거세다.

21일 엔씨소프트에 따르면 배 부사장은 전날 공시를 통해 13일과 15일 두 차례에 걸쳐 엔씨소프트 주식 8,000주 전량(약 33억원)을 매도했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이 소식은 엔씨소프트 주가가 전 거래일보다 11.41%나 폭락한 36만1,000원에 거래를 마친 뒤 공개됐다. 특히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일 엔씨소프트의 공매도 물량은 19만5,256주로, 엔씨소프트 상장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서 파는 투자기법이다. 악재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하는 투자로 지난해 한미약품 사례처럼 기업 내부자의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경우가 적지 않다.

이날 주가 하락은 엔씨소프트가 게임 이용자(유저)들이 각종 아이템을 사고파는 ‘거래소 시스템’을 리니지M에 집어 넣지 않겠다고 밝힌 게 결정타였다. 엔씨소프트 측은 아이템 거래소를 넣으면 성인만 이용 가능하기 때문에 ‘12세 이용가’ 판정을 받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명했지만, 성인 유저들은 크게 낙담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정황상 배 부사장이 거래소 시스템 배제 정보를 미리 안 뒤 매도한 것이라는 의심을 피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 측은 주식 처분 시점에 거래소 시스템 포함 여부는 미정이었고 스톡옵션(5만주) 중 일부를 행사하기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매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윤진원 엔씨소프트 실장은 “22일 신규주식 취득에 관한 이사회가 열린다”며 “배 부사장은 신규 취득하는 주식을 장기간 보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게임업계에서는 배 부사장이 거래소 시스템 불발을 모르진 않았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게임 개발사 관계자는 “아이템 거래 방식은 복잡한 설계이기 때문에 출시 직전에 갑작스럽게 결정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고 말했다. 배 부사장은 또 리니지2 개발 책임자로서 리니지 게임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 거래소 시스템이 빠졌을 때 반응이 좋지 않을 것이란 점을 정확히 예상했을 것이란 의미다.

도덕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회사가 총력을 기울인 대작 게임 출시 직전에 주식을 매각한 것은 도덕적 해이에 가깝다는 비판이다. 게임업체 관계자는 “배 부사장은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CCO)로 사내 모든 개발을 주관한다“며 “굳이 출시 전날 자사주 매각 사실이 공개되도록 한 행위는 납득이 잘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단은 21일 조사에 전격 착수했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에 빗발친 일반 투자자들의 제보 전화들이 결정적이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배 부사장의 지분 매각 및 공매도 물량과 관련, 투자자들로부터 불만 전화가 이어져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 자체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 관계자 역시 “엔씨소프트의 전날 공매도 관련 사항에 대해 집중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권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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