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ㆍ최순실 국정농단에 분노해 공화문 광장에 촛불을 들고 나온 시민들은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외쳤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는 주권자인 국민이 주권을 제대로 행사할 때 비로소 민주주의가 성립한다는 점을 적시하고 있다. 국민이 실질적 주권자가 되어야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인데, 그러려면 국민이 국가의 주요 쟁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고, 그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어야 하며, 사회적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이를 실현할 수 있을까? 바로 언론을 통해서다. 즉, 언론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통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언론은 소유구조가 공적 기관이든 사기업이든 상관없이 국민에게 객관적이고 공정한 정보를 전달하고, 국민이 자유로이 토론할 수 있는 장이어야 한다.
그런데, 지난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에서는 정권의 불법 부당한 언론장악으로 언론의 독립성과 저널리즘 기능이 훼손돼 언론이 국민의 자유로운 논의의 장이 아니라 정권 홍보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법 개악으로 보수신문사들이 종합편성 채널을 소유하게 되면서 여론독과점이 심화되고, 포화상태의 방송시장에 4개의 방송사업자가 새로 방송서비스 사업을 시작하면서 방송산업의 경영환경이 악화하고 경쟁력이 저하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 과정에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공공성을 보장하는 정책 규제기구로서의 역할보다는 통신과 방송의 상업성을 우선하는 정책 기구로 전락하여 방송의 사회문화적 공공성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역시 종편 등장 이후, 정권에 비판적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편파적 심의를 강화하면서 심의를 가장한 검열기구로 변질되어 정권에 입맛에 맞는 심의를 자행해 왔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언론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여 여론다양성을 제고하고,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현행 방송·통신 관련 법제를 개정해 노사 동수로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편성위원회 설치 의무화와 같이, 언론사의 내적 자율성을 보장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언론이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
나아가 정권의 방송통제와 행정 편의적 통신규제 도구로 전락한 방통위의 구성과 운영방식을 전면적으로 개편해 방통위가 방송 독립성과 민주적 여론형성에 기여하는 독립적 정책 규제기구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의 방통위는 방송·통신업계는 물론이고 국민으로부터도 불신 받고 있다. 이러한 불신을 씻기 위해서는 방통위원 구성 및 운영에 대통령과 여당이 일방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현행 구조를 바꿔 방통위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조직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편,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사에 대한 정치심의로 논란이 되고 있는 방심위 역시, 민주적이면서 자율적인 기구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방심위의 정치적 공정성 심의기능은 폐지하고 불균형한 현재의 여·야 심의위원 추천비율을 조정하여 정치권력이 언론 심의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언론개혁 공약은 국내 언론현실을 개혁이 필요한 상황으로 여기고 있음을 뜻한다. 공정성과 공영성을 잃어버린 공영방송과 이런 공영방송을 바로 세우려다 부당하게 해직된 기자들이 있는 상황이 정상일 수 없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도 정부는 방통위와 방심위 개혁에 적극 나서야 한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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