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후 20여일 지나서야 교육청 보고ㆍ전담기구 구성
피해학생 보호조치도 안 해
대기업 총수 손자와 배우 윤손하씨 아들 등의 학교폭력 무마 의혹이 제기된 서울 숭의초등학교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이 감사에 착수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9일부터 이틀 간 실시된 특별장학(현장조사) 결과 숭의초가 학교폭력 사안을 부적절하게 처리한 정황을 확인해 21일 오후부터 감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4월 20일 경기 가평에서 진행된 숭의초 수련회에서 3학년 학생들 간 폭력사건이 발생, 담임 교사가 당일 이를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교장을 통해 24시간 내 교육청에 보고하는 절차를 미뤘다. 숭의초는 피해학생 학부모가 4월 24일 ‘117 학교폭력신고센터’로 신고한 뒤에야 사안 파악에 나서, 사건 발생 22일 만인 5월 12일 교육청에 보고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도 같은 달 15일에야 구성됐다. 학교 측은 “5월 초 연휴로 단기 방학을 하는 바람에 뒤늦게 보고했다”고 설명했지만, 시교육청은 “이해할 수 없는 해명”으로 보고 있다.
숭의초는 피해학생에 대한 보호조치도 하지 않았다.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은 사건 발생 후 일주일 간 별다른 격리 조치 없이 함께 수업을 받았고, 피해 학생은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4월 27일부터 최근까지 결석 상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어린 학생이 학교에 나오지 않는 상황인 데도 학교가 아이를 배려하는 조치를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가해 학생을 고의적으로 누락시켰다는 의혹을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4월 24일부터 진행된 학내 조사에서는 가해 학생이 3명으로 기록돼 있으나, 피해 학생 학부모는 4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숭의초는 이달 1일 열린 1차 학폭위에 애초 지목된 가해 학생 3명을 대상으로만 조사한 뒤, 2차 회의에서는 해당 사안을 학교폭력으로 보지 않는다는 취지의 ‘조치 없음’ 결정을 내렸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야구방망이로 폭행했다거나 물비누를 강제로 먹였다는 등의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면밀히 들여다 볼 것”이라며 “감사 실시로 학교폭력의 책임 소재를 명백히 밝혀 관계자 징계를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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