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예산정책처 지적… LED 교체예산 2,027억원
고용대란에 따른 일자리 창출 등 ‘발등의 불’을 끄겠다며 마련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의 지출계획 중 상당액이 당장 시급하지 않거나 장기적인 과제에 쓰이게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20일 국회예산정책처(이하 예정처)의 추경안 분석에 따르면,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전체 규모 11조2,000억원) 중 정부ㆍ공공기관 등의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교체 사업비가 2,027억4,7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LED 예산을 부처별로 보면, 교육부가 국립대학 등 조명 교체에 쓰겠다고 편성한 것이 1,290억2,8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법무부가 교정시설 등의 LED 교체에 사용할 예산이 459억4,20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LED 예산은 총 14개 부처(35개 세부사업)에서 편성됐다.
정부는 “추경을 통해 정부 및 공공기관 조명을 LED로 교체하게 되면 ▦에너지 비용 절감 ▦LED 관련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 소득 증가 ▦관련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이번 추경안에서 예산이 많이 배정되는 부처는 지금까지 LED 교체율이 낮았던 곳”이라고 설명한다. 정부는 이런 이유로 LED 조명 교체 지출분을 ‘일자리 기반 서민생활 안정’ 항목에 집어 넣었다.
그러나 예정처는 “LED 조명 교체의 효과성과 시급성을 신중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며 “일자리 창출도 기대할 수 있지만 장기적 일자리가 아니라 단기적 일자리 효과에 그친다”고 우려했다. 또한 관련법과 규정에 따라 올해 말까지 각 부처가 달성해야 하는 LED 조명 보급률이 80%인데, 어떻게든 이 목표를 맞추려 추경을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장기 사업과제인 연구ㆍ개발(R&D) 투자에 추경 지출이 대거 배정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본예산과 비교해 이번 추경안에서 늘어난 R&D 지출은 모두 622억원인데, 예정처는 “5~9년간 지원되는 장기 R&D 과제를 굳이 시급한 추경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과거 추경 사례를 봐도 R&D 항목은 사용되지 않거나 집행이 지연된 경우가 많다. 새 정부가 4차산업을 강조하자, 각 부처가 이에 부응하려 무리하게 R&D 관련 항목을 늘린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밖에 ▦산업은행 출자(1,000억원) ▦신용보증기관 출연(2,409억원) ▦중소기업모태펀드(1조4,000억원) 등은 쓰일 곳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재정당국 관계자는 “(쓸 돈이 모자라는) 본예산과 반대로 추경의 경우는 전체 총액에 맞는 개별사업을 발굴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추경안 편성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