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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부만 몰랐던 기본료폐지 불발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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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부만 몰랐던 기본료폐지 불발 가능성

입력
2017.06.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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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경남 창원시 창원컨벤션센터에서 '내 삶을 바꾸는 정권교체' 정책시리즈 4탄으로 '가계통신비 부담 절감 8대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지난 4월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경남 창원시 창원컨벤션센터에서 '내 삶을 바꾸는 정권교체' 정책시리즈 4탄으로 '가계통신비 부담 절감 8대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실현 가능성이 없는데 무슨 반대를 합니까.”

지난 4월 당시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월 1만1,000원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 공약을 발표했을 때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에게 의견을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한 마디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 논할 필요도 없다’는 뜻이었다. 주된 이유는 정부가 민간기업인 통신사에 요금 인하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이동통신 3사 영업이익 합계가 약 3조6,000억원인데, 가입자당 월 요금을 1만1,000원씩 깎으면 당장 3조원 이상 적자로 돌아서 생존 자체가 어렵다고도 덧붙였다. 2012년 민주당이 총선 공약으로 기본료 폐지를 처음 제시한 이래 선거철마다 들어 왔던 주장이라 그리 놀랍진 않았다.

그래도 내심 기대가 컸다. 기본료 폐지는 문 대통령이 2012년 대선 때도 내놓았던 공약인 데다, 번번이 무산됐던 과거 사례들을 바탕으로 실현 방안을 충분히 마련했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최근 행보는 실패 전례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개호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 위원장은 지난 19일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통신비 인하 관련 4차 업무보고를 받은 뒤 “기본료 폐지는 통신업체들이 협조해야 가능한 일”이라며 “법을 개정한다고 해도 폐지할 수 있는 게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법적 근거가 없다고 난감해하던 미래부를 향해 “통신비 인하에 대한 진정성이 없다”고 비난하며 어떻게든 방안을 마련해오라고 엄포를 놓은 게 불과 2주 전이다.

두 달 전 ‘월 1만1,000원 기본료 폐지’를 대표 구호로 내걸었던 기억이 생생한데 이제 와서 “기본료 폐지에 준하는 조치를 찾겠다”(이 위원장)고 한다면 이는 명백한 공약 후퇴다. 공약 후퇴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게 맞다.

국민의 실망감과 혼란을 더 키우지 않으려면 조급증을 버리고 장기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당장 선택약정 할인율을 높이고 공공 와이파이를 확대하는 것도 훌륭한 대안이다. 하지만 전국에 공공 와이파이가 1만3,000개 이상 풀렸어도 정작 소비자들은 “너무 느리다”며 이용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확대만 할 게 아니라 품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계속 점검해야 한다. 멤버십 포인트를 다음 해로 이월해 쓸 수 있도록 하고, 멤버십 혜택을 통신사 맘대로 줄이지 못하게 해달라는 것도 소비자들의 오랜 요구다. 아무리 좋은 방안도 꾸준히 이행하는 게 정부의 올바른 역할이다.

이서희 산업부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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