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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비이성적 정권, 웜비어 사망 중대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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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비이성적 정권, 웜비어 사망 중대 책임”

입력
2017.06.20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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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WP 이어 CBS와 잇달아 인터뷰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상춘재 앞에서 미국 CBS '디스 모닝(This Morning)'의 공동진행자 노라 오도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상춘재 앞에서 미국 CBS '디스 모닝(This Morning)'의 공동진행자 노라 오도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북한을 ‘비이성적 정권’으로 규정하며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망(▶관계기사)에 “북한에 중대한 책임이 있다”고 규탄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음 주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최악으로 치닫는 미국 여론을 의식하면서, 북한에 ‘제재와 대화’를 병행해야 한다는 정책기조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웜비어 사망에 북한 책임론 거론

문 대통령은 이날 방영된 미국 CBS와 인터뷰에서 "이번 일은 웜비어씨가 북한 당국에 억류된 동안 발생했다"며 "북한이 웜비어를 죽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사망에 이르는 과정에서 무거운 책임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웜비어씨가 부당하고 잔인한 대우를 받았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며 “북한의 잔인한 행동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앞서 청와대는 이날 웜비어의 사망과 관련해 그의 가족에 위로전을 보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도 인터뷰에서 “큰 슬픔 가운데 있을 웜비어씨의 가족과 충격과 상심을 경험했을 한 미국 국민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북한은 아직도 미국 국민과 미국 시민들을 억류하고 있는데, 속히 이들을 가족들에게 돌려보낼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웜비어의 사망이 최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와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의 한미 군사훈련 축소 발언 등에 이어 한미 정상회담에 악재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웜비어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직후 청와대는 회의를 열고 외교부가 아닌 문 대통령 명의로 조전을 보내기로 결정한 것은 같은 맥락이다.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도모하고 있는 현 정부로선 다음 주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미국 내 대북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웜비어 사망이 한미 정상회담에 미칠 영향에 대해 “회담 의제는 이미 조율이 됐다”며 “그것과는 별개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재와 대화 병행론 재확인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북한과 대화가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사건이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려는 노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나’라는 앵커 노라 오도넬의 질문에 “이제 북한 정권이 비이성적 정권이라는 인식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며 “그런 국가를 대하는 데 있어 완전한 북핵 폐기의 궁극적 목표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는다”며 “지금까지 제재와 압박만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연내에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내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단계적 북핵 해법에 대해서도 재차 강조했다. 오도넬 앵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조건없는 대화 재개에 동의할 지 알 수 없다”고 묻자 문 대통령은 “나는 전제조건도 없는 상태에서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자고 한 적은 결단코 없다”며 “우리는 먼저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한 후, 다음 단계로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폐지를 이뤄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조차 이런 단계적 접근법을 지지하는 목소리들이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국내외의 지적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간 이견 가능성을 불식시키는 데도 주력했다. 그는 “나의 입장이 미국의 정책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과 상충하지 않는다고 믿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 행정부의 실패한 정책들을 비판한 것 같은데, 그 점에서 나도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견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대북 선제타격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하며 “위협이 훨씬 더 시급해진 추후에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오도넬 앵커는 인터뷰 말미에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단계적 접근법과 김정은과의 직접 대화에 트럼프 대통령이 청신호를 보낼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CBS와 인터뷰를 했으며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도 한미동맹과 대북 현안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28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워싱턴 DC를 방문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취임 이후 첫 번째 한미 정상회담을 한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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