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앞두고 '북한 책임론' 제기
미국내 대북여론 악화 의식한 듯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미국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비이성적 정권’이라고 규정하며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씨의 사망에 북한의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웜비어씨는 북한에 18개월간 억류됐다가 의식불명상태로 미국에 송환된 후 사망했다.
문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이번 일은 웜비어씨가 북한 당국에 억류된 동안 발생했다"며 "북한이 웜비어를 죽였는지는 확실히 모르지만, 웜비어 사망에 이르는 과정에서 북한에 중대한 책임이 있는 것은 분명한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웜비어씨에게 부당하고 잔인한 대우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나는 북한의 잔혹한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가족을 잃은 웜비어씨의 가족들, 슬픔과 충격을 경험한 미국 국민들에게 깊은 애도를 전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사건이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어떤 영향을 미치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이제 북한 정권이 대단히 비이성적 정권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며 “그런 국가를 다루면서 북핵 폐기를 이뤄내야 한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제재와 압박만으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북한과의 대화 추구가 미국의 대북 정책과는 다른 내는 게 아니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도 (압박과 제재를 중시한) 지난 정권의 대북 정책을 비판한 바 있다”며 “이 지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나는 같은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자가 “트럼프 대통령도 조건 없는 대화 재개에 동의할 지 알 수 없다”고 묻자, 문 대통령은 “아무런 조건 없이 대화하겠다고 하지 않았다”며 “우선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시킨 후 다음 단계로 핵 프로그램을 폐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미국 내에서도 이와 같은 단계적 접근 정책을 지지하는 목소리들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문 대통령의 '북한 책임론' 제기는 웜비어의 사망으로 한미 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미국 내 대북 여론이 급격히 악화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웜비어의 사망으로 분노한 미국 여론을 달래는 한편, 대북정책에 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한미정상회담의 의제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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