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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검토해 볼 만한 현대차 노조의 일자리기금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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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검토해 볼 만한 현대차 노조의 일자리기금 제안

입력
2017.06.20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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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그룹 노조가 사측에 일자리연대기금을 함께 만들자고 제안했다. 노조와 회사 측이 절반씩을 부담해 5,0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하고 이에 더해 노사가 또 절반씩을 내어 해마다 200억원을 추가 적립하자는 것이다. 제안대로 실행되면 연봉 4,000만원 수준의 정규직 직원 1만2,000명을 고용하고 중소기업 직원 1,500명을 매년 고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노조의 전망이다. 기금은 하청업체와 협력업체의 고용 안정과 노동시간 줄이기에도 사용될 것이라 한다. 소득불평등을 해소하려면 어떻게든 임금소득자를 늘려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제안은 의미가 있다.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나선 만큼 취지 자체를 부정할 이유 또한 없다.

문제는 현실화 및 지속 가능성이다. 노조 측은 초기 자금 5,000억원 중 노조가 부담할 2,500억원은 회사 측과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승소해 밀린 연월차수당과 시간외수당 등을 받으면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용자 측은 통상임금 소송 1ㆍ2심에서 모두 승소했으며 대법원에서도 이길 가능성이 높은 만큼 노조가 기금에 필요한 돈을 내놓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렇게 보면 이번 제안은 결국 5,000억원 전부를 회사 측이 내라는 것과 다름 없다며 그 의도를 의심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회사의 예상대로 될지는 섣불리 점치기 어렵다. 대법원은 이미 2013년 말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결을 내놓은 바 있다. 따라서 대법원이 현대차 통상임금 소송과 관련해 사용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판결을 내놓지는 않을 것으로 노동계는 보고 있다.

해마다 200억원을 적립하자는 제안도 마찬가지다. 노조 측은 자신들의 몫 100억원을 단체교섭 합의 시 받는 일시성과금에서 마련하겠다고 한다. 일시성과금이 최근 10년간 계속 지급됐고 따라서 앞으로도 예외 상황이 일어나지 않는 한 지급될 것으로 본다면 노조가 적잖은 돈을 내놓는 셈이 된다. 이런 점을 두루 감안하면 이번 제안을 “남의 돈으로 생색내려 한다”며 현실성도, 타당성도 없다고 비판하며 무조건 밀쳐 둘 것은 아니다.

이번 제안에 빈틈이 있어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기주의 소리를 들어온 대기업 노조가 자신만의 이익을 뛰어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분명하다. 게다가 현대차와 기아차의 통상임금 소송으로 변호사비와 인지대 등으로 100억원 대의 돈이 들어갔다니 그 비용만 아껴도 취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노조의 제안을 대승적으로 검토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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