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 스캔들ㆍ공모죄 강행 처리로 지지율 36%까지 추락하자
직장인 평생 교육 지원 확충 등 ‘사람 만들기 혁명’ 내세워 국면 전환 시도
막대한 소요 재원 마련이 관건
사학 스캔들과 이른바 공모죄 법안(조직범죄 처벌법) 강행처리 등으로 지지율이 급락한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경제우선 정책’ 카드를 꺼내 위기 돌파 시도에 나섰다. 정치적 위기에 빠질 때마다 민생 관련 슬로건으로 국면전환을 시도한 전례와 다르지 않다.
이번에는 ‘사람 만들기 혁명’으로 이름 붙인 인재양성 정책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막대한 재원을 마련해야 하고, 이번 위기는 아베 총리와 부인이 의혹에 직접 연루돼 있다는 불안 요소도 크기에 새 정책이 지지율 회복으로 이어질지 여부가 주목된다.
아베 총리는 19일 정기국회 폐회 기자회견에서 “가케(加計)학원 문제에 대한 정부 대응에 시간이 걸려 불신을 초래했다”고 사과한 뒤 “기존 발상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만들기 혁명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올여름 ‘모두에게 기회를 구상회의’로 명명한 전문가 회의를 꾸리겠다고 설명했다.
아베 총리가 염두에 두는 구체적인 정책은 유아교육의 조기 무상화, 고등교육의 부담 경감, 직장인이 다시 학교에 다닐 수 있는 평생교육 지원시스템 확충 등으로 알려졌다. 이는 개헌 정국에 돌입하면 교육무상화를 헌법에 넣어 동력을 키우겠다는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가정의 경제사정에도 불구하고 고등교육이 모든 자녀에게 열리도록 하겠다”고 역설했다.
지지율이 하락할 때마다 새로운 경제정책 슬로건을 띄워 만회를 시도하는 것은 아베 총리의 전매특허다. 2015년 9월 이른바 전쟁가능법으로 불린 안보법을 처리한 후폭풍으로 2차 아베 정권 출범(2012년 12월) 이후 최대 위기에 몰리자 곧바로 ‘1억 총활약사회’를 들고 나왔다. 50년 후에도 인구 1억명을 유지하고 일본인이 모두 가정ㆍ직장ㆍ지역에서 활약하도록 만든다는 내용으로 지지율 회복에 재미를 봤다. 이번에 발표한 인재양성 정책은 제1야당인 민진당의 관심분야이기도 해 지지층을 확대하려는 목적도 있다.
관건은 막대한 재원 마련이다. 일본 언론은 유아교육 무상화만에만 연간 1조2,000억엔(약 12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베의 반전 카드가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이번 위기에는 총리 자신이 의혹 한가운데 서 있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상황이 다르다. 기존 정치자금 문제나 여성 문제로 인한 각료들의 낙마와 달리 지금은 자신의 친구가 이사장으로 있는 가케학원 수의학과 신설에 총리와 측근들이 개입했다는 의혹 때문에 지지율이 폭락했다. 한 달새 10%포인트 안팎으로 급락해 36%(마이니치신문)까지 추락했다. 2차 아베 내각 출범 후 최저 수준이다.
설상가상으로 의혹은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문부과학장관은 20일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가 가케학원의 수의학부 신설 시점을 제시했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을 공개했다. 지난해 10월 21일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관방 부장관이 문부성 도키와 유타카(常盤豊) 고등교육국장과 면담한 내용을 적은 문건으로 “총리는 2018년 4월 개학으로 확실히 정해 놨다. 공사기한은 24개월로, 올 11월엔 방침을 정하고 싶다고 했다”고 적혀 있다. 또 “(총리)관저는 절대로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는 표현도 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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