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먹거리 마스터플랜
내년부터 식료품 구입지원
65세 이상엔 영양꾸러미 제공
25개 자치구에 공공급식센터
농촌과 1대1 친환경 식자재 공급
서울시가 내년부터 저소득층에 쌀ㆍ밑반찬을 사 먹을 수 있는 ‘식품바우처’를 지원하는 등 소외계층의 ‘먹을 권리’ 지키기에 나섰다. 또 친환경 급식(친환경 식재료 70% 이상 사용 급식) 지원을 서울시 전역 어린이집 6,400곳으로 확대하는 등 먹거리의 질을 높일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먹거리 마스터플랜’을 20일 발표했다. 우선 중위소득 80% 이하 가구 중 먹거리 지원이 필요한 2만 가구에 대해 밑반찬 등 식료품을 구입할 수 있는 식품바우처 제도를 내년 도입한다. 식품바우처의 지원금액, 지원절차 등 세부적인 내용은 올 하반기 실시 예정인 ‘서울 먹거리 실태조사’ 결과를 반영해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또 임상영양사를 배치해 영양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65세 이상 어르신에게는 ‘영양꾸러미(식품패키지)’도 제공한다. 영양꾸러미는 지병이나 치아 상태 등을 고려해 삼키기 쉬운 반조리 제품, 영양보충 음료 등 맞춤형으로 제공된다. 기존 쌀, 김치 위주의 양적 지원에서 벗어나 질적 지원으로 전환한다는 취지다.
시는 아울러 결식아동과 청소년들을 위한 급식 서비스도 확대한다. 영양 균형이 잡힌 따뜻한 집밥 같은 ‘도시락형 급식 배달’을 기존 주1회에서 내년부터 주 2회로 늘릴 계획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경제적 이유로 먹거리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가구가 아직도 18만 가구(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달한다”며 “먹거리야말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된 ‘먹거리 마스터플랜’에는 친환경 급식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도 담겼다. 어린이집ㆍ지역아동센터ㆍ복지시설 등 7,338곳에 친환경 급식을 확대 지원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특히 서울 전역의 어린이집 6,380곳(국공립ㆍ민간ㆍ가정어린이집 포함)에 다니는 어린이 22만9,000여명이 친환경 식자재로 만든 안전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된다. 지금은 식자재의 절반을 친환경 재료로 쓰는 어린이집이 5곳 중 1곳(22%)에 불과하다.
서울시는 2020년까지 예산 812억원을 투입해 점진적으로 모든 아동ㆍ어르신 시설이 친환경 급식을 도입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25개 자치구에 ‘공공급식센터’를 설치한다. 각 자치구는 농촌과 1대1로 계약을 맺어 ‘산지 생산자-공공급식센터-서울시민’으로 이어지는 직거래 시스템을 구축한다. 공공급식센터가 산지에서 친환경 식자재를 공수한 뒤 관할 어린이집 등에 배송해주는 방식이다. 친환경 식자재는 값이 비싸기 때문에 서울시가 한 끼에 500원씩 보조금을 지급한다.
박 시장은 “서울은 농촌으로부터 믿을 수 있는 식재료를 공급받고 농촌은 경제가 활성화되는 일석이조 시스템”이라며 “최근 강동구와 전북 완주군이 1호 협약을 맺었으며, 2019년까지 25개 전 자치구마다 직거래할 농촌을 선정하고 공공급식센터를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우선 올해는 50억 원을 투입해 3~4개소를 추가 설치한다. 당장은 강서 친환경유통센터 유휴시설(1,440㎡)을 개보수해 인근 자치구가 사용하는 공공급식센터를 설치한다.
이 밖에 과일 자판기 등을 구청이나 지하철 등 공공시설에 설치하는 등 시민의 건강한 먹거리에도 신경 쓸 계획이다.
박 시장은 “먹거리 문제를 건강과 안전의 영역에서 나아가 복지ㆍ상생ㆍ친환경 같은 다양한 사회적 관계망으로 확장 시키는 등 먹거리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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