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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기형적 채용 구조의 비용

입력
2017.06.20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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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면접관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수많은 스타트업들의 대규모 채용 면접의 날이었는데, 나 역시 대표로서 참여했다. “좋은 사람을 뽑아야 할텐데…”

면접실에는 검은 정장을 입은 지원자가 3명씩 들어왔다. 총 1시간 면접이니 1인당 발언 시간은 사실상 20분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나는 그 짧은 시간 안에 이력서를 보고 질문을 생각하고 대답을 경청하며 이 사람이 ‘긴지 아닌지’를 판단해야만 했다.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막상 면접이 끝나고 나니, ‘누가 우리 회사와 잘 맞을까?’는 여전히 판단하기 어려웠으나 ‘누가 우리 회사와 맞지 않을까?’는 상대적으로 쉬웠다.

그것을 판단하는 나의 기준은 과연 얼마큼 ‘나다운가’였다. ‘나다움’이 강한 사람은 자신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앞으로 추구하는 것이 명확하다. 대화를 나눌 때도 그런 에너지를 기반으로 회사와의 연관 지점을 찾으려고 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나다움’이 부족한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면접관의 마음에 들기 위해 자신도 잘 모르는 소리를 할 때가 있다. 대부분 천편일률적인 스펙을 쌓는 이유이다. 토익 900점이지만 영어로 대화를 못하고, 컴퓨터 자격증이 있지만 엑셀을 다룰 줄 모른다. 자기소개서에는 모두가 똑같이 동아리와 봉사 활동을 통해 열정과 책임감을 길렀다고 하는데, 왜 그런 신입사원들이 입사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조직에서는 열정과 책임감이 부족하다고 말할까?

나는 그것이 ‘나다움’의 결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다. 온 사회가 어릴 때부터 획일화된 주입식 학벌과 주입식 스펙을 요구하는데 ‘나 다움’이 꽃핀다는 것은 사막 속 화초처럼 어려운 일이다.

그 결과 현재 우리나라의 채용 구조는 매우 기형적인 고비용을 유발한다. 대부분의 구직자들이 수십, 수백 군데 입사 지원을 해야 하는데 그것을 위해 몇 년씩 준비하며 청춘을 쏟는 비용이 어마어마하다. 설령 어렵게 바늘구멍을 통과해 입사를 하더라도 적성에 맞지 않는 부서에서 억지로 참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퇴사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청년들의 ‘나다움’을 되찾기 위해서는 먼저 사회구조의 개선이 시급하다. 특히 ‘정보의 비대칭’을 줄여야 한다. 구직자는 매우 제한된 회사 정보를 가지고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직자 본인에 대한 자기인식도 중요하나 지원하고자 하는 회사, 업계, 실제 업무와 진로 등에 대해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정보가 필요하다. 이러한 정보 격차를 줄이기 위한 취업 선배와의 멘토링이나 인턴십 등이 더 활성화 되어야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회사의 노력이다. 현재 회사의 채용 시스템은, 면접관과 실제 배치 부서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즉 면접관은 그 상황에서의 분위기나 스펙 등을 기준으로 채용을 결정하는데, 나중에 부서 배치가 되고 나면 전혀 상관없는 사람하고 상관없는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면접관 역시 실제로 같이 일할 사람으로 파견해야 하며, 자신이 원하는 인재상 및 조건을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인지하고 공유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들은 20분만에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또한 좋은 일자리도 늘어나야 할 것이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적으니 ‘나다움’보다는 ‘일단 합격’하는 게 더 중요해진다. 게다가 사회안전망이 미비하니 ‘나다움’을 찾으며 여유 있게 취업을 준비하는 것은 사치와도 같다. 그렇다고 공무원이나 대기업 등의 채용 규모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전체 취업 비중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결국 더 다양하고 튼실한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들이 채용을 늘리고 성장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장수한 퇴사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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