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마크롱(39) 내각의 절반은 여성이다. 펜싱선수 출신 체육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ㆍ교육ㆍ노동부 등을 여성이 맡았다. 마크롱이 총선에서 공천한 428명 중 미용사 학생 등 정치 신인이 52%에 달했고, 정확히 절반인 214명이 여성이었다. 현역 의원은 5%에 그쳤다. 평균 나이 46세. 저스틴 트뤼도(45) 총리는 캐나다 사상 최초로 남녀 동수 내각을 꾸렸다. 원주민, 시크교도, 난민 출신 장관이 포함됐다. 연령은 30~60대로 다양하다. 그는 성평등 내각을 구성한 이유를 묻자, “지금은 2015년이니까요”라고 답했다.
▦ 문재인 정부는 17개 부처 중 15개 부처 장관을 인선했다(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포함). 이 중 대선 캠프 출신이 10명이다. 정치인, 고위관료, 교수 등 60대 명망가가 대부분이다. 평균 나이 만 61.9세. 노무현 정부(54.5세)나 박근혜 정부 초대 내각(57.5세)에 비해 4~7세 이상 많다. 김현미(55)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가장 젊다. 여성은 4명. 지역 안배는 이뤄졌으나 이른바 SKY(서울대ㆍ고대ㆍ연대) 출신이 9명으로 명문대 쏠림은 여전했다.
▦ 안경환(69) 전 후보자는 42년 전 혼인신고를 몰래 한 사실이 드러나 사퇴했다. 청와대는 “1970년대에는 남녀가 이혼할 경우 여성의 혼인 전력을 숨겨 주기 위해 혼인무효 소송이 많이 활용됐다”고 해명했다. 2012년 총선에서 논문표절 의혹을 샀던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0년이 지난 논문을 현대의 잣대로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항변했다. 김상곤(68) 교육부 장관 후보자도 25년 전 박사학위 논문이 문제가 되고 있다. 지금과 20~30년 전의 연구윤리 기준은 천양지차다. 위장전입이나 다운계약서 관행도 마찬가지다.
▦ 문재인 캠프 인적 구성을 보면 60대 명망가 남성이 압도적이다. 지금 잣대로 이들의 과거 행적을 평가하자면 흠결 없는 사람을 찾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캠프 사람을 주로 쓰면 인사참사가 반복될 위험이 크다. 그렇다고 인선 기준을 되돌리기도 어렵다. 사람 고르는 안목을 바꿔 보자. 낡은 인식 틀에 머물러 있으니 젊고 유능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여성 장관이 많을수록 사회가 평화롭고 깨끗해진다. 30ㆍ40대 장관이 늘어날수록 공정하고 투명해진다. 여성과 젊음 가득한 역동적인 내각을 보고 싶다. 지금은 2017년이니까.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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