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명의로 병원을 차려놓고 브로커를 통해 데려온 환자들을 허위ㆍ과다 진료해 총 13억원을 빼돌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사기 및 의료법 위반 혐의로 개설 브로커 정모(49)씨와 원무부장 조모(49)씨를 구속하고, 병원장 유모(45)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들은 2013년 한의사 자격증을 가진 유씨 명의로 서울 관악구에 한의원을 차린 뒤, 4년간 3,100여 명의 환자를 허위ㆍ과다 진료해 11개 보험사로부터 8억3,600만원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4억4,000만원을 받아낸 혐의를 받고 있다. 한의사 유씨는 중국계 외국인으로, 이전 병원 운영이 실패해 많은 빚을 떠안았다가 브로커 정씨와 조씨를 만나면서 사무장 병원 개설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당은 일반적인 병원 운영으로는 수익을 내기가 힘들다는 점을 이용, 견인차 기사 김모(36)씨를 통해 교통사고 환자들을 알선 받았다. 대부분 환자들은 입원이 필요 없는 경미한 증상을 보였으나, 유씨 등 일당은 이들을 입원조치하고 필요 없는 진료 기록까지 만들어냈다. 의료기관이 청구하는 항목대로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구조적 허점을 노린 범행이었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 중 다수는 이 병원이 사무장 병원이라는 것을 알고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고의 사고를 내거나 가짜 환자 행세를 했다. 야간에도 병원에 당직 의료인을 두지 않아 일부는 무단 외출을 일삼았고 술을 마시기도 했다.
조사 결과 정씨 등은 경찰 수사를 대비해 가족들을 정상적인 병원 직원인 것처럼 허위로 등재, 월급 등 명목으로 투자 배당금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4년간 총 21억원을 벌어들여 이 중 13억원을 나눠 가졌으며, 벌어들인 돈은 다시 투자해 더 큰 이득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구속되지 않고 계속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유씨는 한의사 면허가 취소되도록 관련 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라며 “서울 시내 비슷한 수법의 사무장 병원을 확대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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