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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렉서스 ES 300h는 왜 잘 팔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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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렉서스 ES 300h는 왜 잘 팔리는 걸까?

입력
2017.06.20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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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ES 300h는 지난 5월 한 달 동안 541대가 팔리면서 단일차종으로 수입차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사진 조두현 기자
렉서스 ES 300h는 지난 5월 한 달 동안 541대가 팔리면서 단일차종으로 수입차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사진 조두현 기자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영역은 고급 중형 세단이 모여있는 E 세그먼트다. 이 시장은 현재 메르세데스 벤츠 E 클래스와 BMW 5시리즈가 오랫동안 경쟁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지난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위조 서류로 32개 차종의 인증 취소 및 판매 정지 처분을 받기 전까지 아우디 A6도 가세했었다. 이 차들은 높은 효율과 뛰어난 핸들링,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 등을 무기로 국내 소비자의 마음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그런데 이 독일 태생의 삼총사들 사이에서 차별화된 외곬으로 강세를 보이는 일본차가 있다. 렉서스 ES 300h다. 이 차는 지난 5월 541대가 팔리면서 단일차종으로 수입차 판매 1위를 차지했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얹은 차가 1등을 한 건 처음이다.

리어램프를 크롬 바로 이어 타이트한 인상을 풍기지만, 고급스럽지 않은 배기 파이프 디자인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리어램프를 크롬 바로 이어 타이트한 인상을 풍기지만, 고급스럽지 않은 배기 파이프 디자인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아직 일시적인 현상일 뿐, ES 300h가 프리미엄 E 세그먼트 시장을 제패했다고 볼 수는 없다. 5월 판매량은 월별 700대 넘게 등록된 3월과 4월에 비하면 오히려 감소한 수치다. 또한, 올 1월부터 5월까지의 누적 대수로 보면 메르세데스 벤츠 E 220d가 4,647대, ES 300h는 3,049대로 큰 격차를 보인다. 2월부터 본격적으로 물량이 풀린 BMW 520d는 지난 5월까지 총 2,171대가 등록됐다.

업계 1등은 아니지만, ES 300h는 현재 국내 시장에서 렉서스를 이끄는 리더임엔 틀림없다. 지난해 ES 300h는 총 6,112대 팔리면서 렉서스 전체에서 58%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올해의 점유율은 이보다 높은 67%에 달한다.

ES 300h의 에너지 흐름을 보여주는 디스플레이. 회생 제동으로 얻은 에너지는 배터리에 저장된다
ES 300h의 에너지 흐름을 보여주는 디스플레이. 회생 제동으로 얻은 에너지는 배터리에 저장된다

사실 ES는 2001년 말 국내에 처음 소개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었다. 이듬해인 2002년에 1,885대가 팔리면서 수입차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ES 300은 당시 수입차 단일 차종으로 연간 판매 대수 1,000대를 넘긴 최초의 차로 기록됐다. 뒤를 이은 BMW 530i의 판매량은 이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으니 얼마나 압도적이었는지 가늠할 수 있다. ‘강남 쏘나타’란 별명도 이때 얻었다. 그러다 효율성을 내세운 독일 디젤 세단들에게 왕좌를 내주고 말았다. 렉서스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효율성을 보강한 300h를 들고 다시 등장했다. ‘독일 삼총사’들에겐 부족한 부드럽고 조용한 승차감까지 갖추고 재기를 노리며 그리고 어떤 차종과도 겹치지 않는 고유의 시장을 구축하면서 말이다.

ES 300h의 승차감은 부드럽고 실내는 조용하다
ES 300h의 승차감은 부드럽고 실내는 조용하다

ES는 애초 한국 시장을 위한 모델은 아니다. 철저히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만들어진 세단인데, 한국 시장의 입맛에도 맞았다. ES는 1989년 렉서스 브랜드가 처음 론칭했을 때 LS와 함께 등장했다. 한편 ES는 정작 일본에는 생소한 차다. 실제 일본의 렉서스 세단 라인업은 LS, GS, IS, HS로 구성돼 있다. 덧붙이자면, 우리에게 낯선 HS는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로 미국과 일본에서만 판매되다 판매 부진을 이유로 2012년 이후로는 일본에서만 팔리고 있다.

신형 ES는 토요타 아발론과 차대를 공유해 휠베이스가 2,820㎜에 달한다
신형 ES는 토요타 아발론과 차대를 공유해 휠베이스가 2,820㎜에 달한다

지금의 6세대 ES는 전에 비해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300h와 같은 하이브리드 모델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토요타의 중형 앞바퀴 굴림 뼈대인 ‘K 플랫폼’에서 만들어지는 건 변함없지만, 스케일이 달라졌다. 이전엔 캠리와 섀시를 공유했다. 초기 ES는 토요타 캠리 프로미넨트에 엠블럼만 렉서스의 것으로 바꾼 차였다. 지금의 ES는 토요타 아발론과 차대를 같이 사용한다. 덕분에 휠베이스가 길어져 실내 공간이 넓어졌다. 참고로 토요타 ‘K 플랫폼’은 가로 배치 엔진을 기반으로 한 앞바퀴 혹은 네바퀴굴림 뼈대로 렉서스 RX도 이곳에서 탄생한다.

렉서스의 스핀들 그릴은 세대를 거듭할 수록 과격해지면서 강한 인상을 나타낸다
렉서스의 스핀들 그릴은 세대를 거듭할 수록 과격해지면서 강한 인상을 나타낸다

2015년에 나온 페이스 리프트 모델은 스핀들 그릴을 키우고 테두리를 크롬으로 둘러 인상에 힘을 줬다. 주간주행등은 LED 헤드램프(이그제큐티브 사양은 풀 LED)와 분리돼 화살촉 모양을 뚜렷이 드러낸다. ES는 옆에서 봤을 때 가장 멋지다. 특히 지붕에서 트렁크로 떨어지는 곡선이 미녀의 목선처럼 유려한데, 차체의 묵직한 중량감과도 잘 어울린다. 트렁크 위에 달린 립 스포일러와 테일램프 아래 파랑으로 칠해진 ‘300h’ 글자가 캐릭터의 대조를 이룬다. 그런데 렉서스의 디자이너는 배기 파이프 단계에서 힘이 빠졌나 보다. 전혀 고급스럽지 않은 배기 파이프의 모습은 보면 볼수록 눈에 거슬린다. 차체엔 ‘자가복원층(Anti-chip)’이라고 부르는 특수 도료가 얇게 코팅돼 일상에서 생기는 작은 흠집은 자동으로 복원된다고 한다.

인체공학적인 인테리어 디자인은 기능과 편의에 충실하다
인체공학적인 인테리어 디자인은 기능과 편의에 충실하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기능적으로 훌륭하다. 손목 받침대가 인상적인 컨트롤러는 각종 기능을 마우스처럼 조작할 수 있어 편리하다. 하지만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와 디스플레이의 UI는 요즘 나오는 차답지 않게 구식이다. 7세대에선 더욱 세련된 디자인으로 만날 수 있길 바란다. 시승차 인테리어의 경우 전반적으로 짙고 옅은 갈색과 무광 은색이 조화를 이뤄 실내를 밝고 산뜻하게 꾸며준다. 투박해 보이는 버튼 소재와 디자인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U턴이나 주차할 때 잡게 되는 스티어링휠의 우드 그립은 손에 기분 좋게 착 감긴다. 렉서스에 적용된 우드 트림은 ‘시마모쿠’라고 부르는데, 38일 동안 67개의 수작업 공정을 거친 고급 마감재다. ES 300h는 이그제큐티브와 슈프림 모델에만 적용된다.

뒷좌석의 햇빛 가리개. 후진할 때 트렁크 쪽 창문의 가리개는 내려간다
뒷좌석의 햇빛 가리개. 후진할 때 트렁크 쪽 창문의 가리개는 내려간다

운전자뿐만 아니라 동승자의 편의를 배려한 의도가 기특하다. 컵홀더는 기어 레버 앞뒤로 배치했는데, 주행 중 운전자와 동승자가 기어 박스 주변의 버튼과 레버를 건드리지 않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운전자가 옆자리 시트의 위치를 조절할 수 있도록 조수석 시트 왼쪽에도 버튼을 달아놨다. 뒷자리엔 오디오와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컨트롤 박스도 설치했다. 뒷좌석 옆과 뒤 창문엔 햇빛 가리개도 있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4기통 2.5ℓVVT-i 앳킨슨 사이클 엔진과 전기모터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최고출력 203마력의 힘을 발휘한다
4기통 2.5ℓVVT-i 앳킨슨 사이클 엔진과 전기모터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최고출력 203마력의 힘을 발휘한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NX 300h와 토요타 아발론 하이브리드, 캠리 하이브리드와 공유한다. 주행 모드 다이얼을 왼쪽으로 돌리면 에코, 오른쪽으로 돌리면 스포츠 모드로 바뀌고, 다이얼을 누르면 노멀로 돌아오는 구조는 독특하다. 노멀에서 스포츠로 바뀔 땐 엔진회전수가 높아지는 것 말고 큰 차이를 못 느꼈으나, 에코 모드에선 한결 차분해진다. CVT도 기어비를 바꾸며 거든다. 고속 구간에서 웬만해선 2,000rpm을 넘지 않는다. 차의 지향점이 어디에 있는지 확실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뒷좌석은 일자로 넓게 뻗어 있어 세 명이 타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뒷좌석은 일자로 넓게 뻗어 있어 세 명이 타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스티어링 감각은 가볍고 몸놀림은 굼뜨다. 코너를 돌아나갈 때보다 쭉 뻗은 도로에서 항속할 때가 더 매력적이다. 승차감은 말캉하고 부드럽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앳킨슨 사이클 엔진 특유의 고회전음이 그윽하게 들려오는데, 이때를 빼놓곤 차 안은 조용하고 안락하다. 푹신한 시트도 편안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한몫한다. 저절로 클래식 라디오 채널을 찾게 될 정도다. 운전하는 동안 문득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께 선물로 사드리면 정말 좋아하시겠다.’

연료 효율은 기대했던 것보다 이상이다. 길이 막히는 퇴근 시간에 서울 역삼동에서 동교동까지 가는데 15.7㎞/ℓ의 연비를 보였다. ES 300h의 복합연비는 14.9㎞/ℓ, 도심 연비는 15.5㎞/ℓ다. 시승 기간에 측정한 연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기 모터로만 주행하는 EV 모드 기능도 있는데, 실제론 얼마 가지 못하고 엔진에 불이 붙는다.

ES 300h가 독일차와 경쟁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가격이다. 가장 낮은 트림인 프리미엄은 5,270만원이다. 슈프림은 5,680만원, 가장 고급 사양인 이그제큐티브는 6,470만원이다. 대부분 6,000만원대부터 시작하는 독일차보다 가격이 낮은 편이다. 여러모로 잘 팔릴 만한 매력을 갖춘 세단이다.

조두현 기자 joe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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