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최첨단 차량 개발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오히려 오랜 향기를 간직한 ‘클래식카’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 자동차 개발과 안전ㆍ환경 규제 강화로 자동차업계가 효율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반동으로 브랜드 고유 전통과 역사를 담고 있어 낭만적 향수를 느끼게 하는 클래식카를 찾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업체들도 이런 흐름에 맞춰 클래식카 출시를 늘리거나 막대한 비용을 들여 단종된 차의 부품을 공급하기 위한 센터를 건립하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포르쉐는 지난 5월 11일 독일 주펜하우젠에서 1963년 출시된 스포츠카 ‘Ur-911’의 특징을 그대로 복원한 ‘911 카레라 S’ 모델을 생산했다. 2도어 스포츠카인 포르쉐 911시리즈는 지난 54년간 3만 번 이상의 모터스포츠 대회 우승을 일궈낸 것은 물론 현존하는 911 모델의 70% 이상이 여전히 정상주행이 가능할 정도로 내구성이 뛰어난 차량이다. 포르쉐 관계자는 “포르쉐 911시리즈는 미국 시장조사업체 JD 파워가 실시하는 ‘신차품질조사’에서 한 번도 상위권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며 “포르쉐 911은 뛰어난 성능과 함께 클래식카의 독특한 매력으로 수십 년이 넘도록 수집가들이 갈망하는 최고의 아이템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포르쉐 911시리즈는 한 대당 수억 원이나 하지만 지난해에만 전세계적으로 3만2,365대가 팔리는 등 높은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 911 개발 단계부터 참여한 포르쉐 AG 이사회의 볼프강 포르쉐 회장은 “911시리즈는 1948년 모델이 최초로 개발된 이후 오늘날까지 포르쉐 브랜드의 핵심가치를 가장 뚜렷하게 담고 있는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자동차업체들은 클래식카의 복원과 유지를 위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 영국의 재규어랜드로버는 2013년 6월 ‘스페셜 비히클 오퍼레이션’(SVO) 부서를 신설하고, 영국 코번트리 지역에 2,000만파운드(약 289억원)을 투자해 SVO 테크니컬 센터를 건립했다. 2만㎡ 규모의 부지에 설립된 SVO 센터에선 150명의 전문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이 배치돼 차량 개발 및 복원에 매달리고 있다. SVO는 대표적으로 1960년대 영국의 전설적 스포츠카인 ‘재규어 E-TYPE’을 50년 만에 복원하기도 했다. 1963년 당시 18대의 생산계획이 잡혔던 E-TYPE은 공정상 차질을 빚으면서 단 12대만이 생산됐는데 SVO는 최근 ‘스페셜 GT E-TYPE’이란 이름으로 나머지 6대를 생산해 약속을 지킨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자신들의 브랜드 유산을 보전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993년 출범한 ‘메르세데스-벤츠 클래식 센터’는 더 생산되지 않는 자동차 모델의 순정 부품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제공하고 있는 부품 수만 4만여 종류가 넘고, 20년 이상 된 자동차의 부품은 물론 부품 제조업체가 문을 닫아 더 생산할 수 없는 부품들은 아예 새로 만든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지난해 본사의 첨단 복원 능력과 부품 수급 능력을 바탕으로 ‘추억도 애프터 서비스가 되나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클래식카 복원 과정 공개를 통해 클래식 차량의 매력을 다시 한번 드러내고자 했던 이 프로젝트에서는 차범근 전 국가대표 축구 감독이 독일에서 선수로 뛰던 시절 소유했던 ‘지바겐’(GE 230, 89년형 모델)을 복원해 국내에서도 관심을 끌었다.
이 밖에도 미국 포드가 최근 출시한 ‘GT 66 헤리티지 에디션’은 1966년 열린 국제 모터스포츠 대회에서 1~3위를 모두 휩쓸어 유명세를 떨친 ‘포드 GT40 마크 2’를 복원한 모델이다. 1996년 대회 당시 레이스 카의 등번호인 ‘2’를 보닛과 문짝에 새겼고 GT40 마크 2에 적용됐던 이중 줄무늬 문양 등의 디자인 요소도 가미해 외장과 특징을 고스란히 재현했다는 평가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클래식카에 대한 인기가 식지 않는 이유와 관련해 “클래식카가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투자 가치도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 세계적으로 10대밖에 만들어지지 않은 1967년형 페라리 ‘275 스파이더’ 모델은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경매에서 무려 2,750만 달러(약 300억원)에 낙찰됐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가 몰았던 1971년형 ‘피아트 500’은 1만8,000파운드(약 3,134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FT는 “클래식카는 세월이 지날수록 더욱 가치를 더하는 예술품과 동일하게 여겨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