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美 금리 추가 인상 대비
대출 이자부터 줄여야
단기 상환 가능하면 변동
어렵다면 고정으로 시작을
#2
국내-신흥국 주식시장 매력적
달러 환차익은 당분간 기대 못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향후 추가인상 의지도 분명히 하면서 글로벌 저금리 시대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저금리에 익숙했던 재테크족의 관심도 이제는 금리인상기에 적합한 상품으로 빠르게 쏠리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대출이자 부담을 가급적 줄이면서 주식과 고수익 채권 등 위험자산 투자를 일정수준 유지하는 게 유리할 거라 조언한다.
대출은 상환기간 감안 선택해야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리 인상으로 우선 대출자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특히 금리가 높아지는 만큼 이자부담이 늘어날 변동금리 대출자 비중은 현재 은행권 가계대출의 70~75%에 달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국의 금리인상 이후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로 갈아탈 수 있냐는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고정금리는 향후 금리변동에 따른 위험부담 비용을 반영하기 때문에 대체로 변동금리보다 이자율이 높은 편이다. 현재 시중은행의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이자는 변동금리보다 0.1~0.4%포인트 정도 높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금리상승은 불가피하지만 당장은 가계부채 등을 고려할 때 금리가 급격히 오를 가능성이 적은 만큼 만기에 따라 대출 형태를 선택할 것을 권하고 있다. 단기간에 상환 계획이 있다면 변동금리를, 그게 아니라면 고정금리를 선택한 뒤 추후 전환하는 식이다. 홍승훈 KB국민은행 잠실롯데PB센터 팀장은 “만기 3년 이내 단기대출은 변동금리, 5년 이상 중장기대출은 고정금리로 받고 3년 뒤에도 큰 금리 변동이 없다면 변동금리로 갈아탈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금리가 오를 거라고 곧바로 고정금리로 바꾸기보다 본인의 상환 기간 등을 먼저 점검하라는 얘기다.
국내 주식 주목… 이머징 마켓도 괜찮아
금리 인상기라고 자산을 예금에만 묻는 방식으로 대응하다간 자칫 투자 시기를 놓칠 수 있다. 금리가 오르는 건 한편으로 경기가 회복된다는 의미이기에 지금이 투자의 적기일 수 있다.
국내 주식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다. 이미 증시가 고점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여전히 기업 수익성에 비해 저평가돼 추가상승 여력이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내 증시의 평가가치(밸류에이션)를 가늠할 수 있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코리아인덱스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9.7배로 선진국(16.5배)이나 신흥국(12.2배)보다 낮은 편이다. 스위스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는 지난달 한국을 대만과 함께 ‘가장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할(overweight) 시장’으로 꼽기도 했다. 문형수 기업은행 WM사업부 과장은 “자산은 없지만 소득이 일정한 젊은 직장인에게 지금은 국내 시장에 공격적 투자를 하기 적절한 시기”라고 추천했다.
유망 종목으론 정보기술(IT)과 배당주가 꼽힌다. 김은정 우리은행 WM자문센터 자산컨설팅팀 과장은 “미국에서 기술주가 잠시 흔들리고 있지만 4차 산업혁명 기대감으로 국내 IT주의 상승은 올해도 견고할 것”이라며 “새 정부의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 등) 도입 권고 등을 감안하면 배당주도 유망하다”고 내다봤다. 한국보다 2년 앞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일본은 도입 전 약 27% 수준이던 일본 상장사의 배당성향이 지난해 32.6%까지 상승했다.
해외에서는 정치 리스크가 정점을 지난 유럽과 신흥국을 공략하라는 조언이 많다. 신흥국의 대미 수출 환경이 개선되고 원자재 수요도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정성희 신한PWM잠실센터 팀장은 “저평가돼 있지만 인도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의 증시 상승 여력이 양호한 편”이라며 “최근 유가가 하락했지만 하반기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힘입어 장기적으로는 러시아 시장에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고 권했다.
채권ㆍ달러는 '글쎄'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선 채권 투자보다 위험자산인 주식형 펀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금리 인상기에는 채권의 수익률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홍승훈 팀장은 “현 시점에서 이상적인 주식과 채권의 비중은 7대3 정도”라고 조언했다.
다만 금리 인상기에 빛을 볼 수 있는 채권도 있다. 금융회사가 투자적격등급(BBB-) 미만인 기업에 대출 해주고 가산금리를 더해 이자를 받는 대출채권(일명 뱅크론)이나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가 높은 금리로 발행하는 ‘하이일드(고수익ㆍ고위험) 채권’ 등은 경기가 살아나면 부도율이 낮아져 적합한 투자 대상으로 꼽힌다.
반면 과거 환차익을 노린 대표 투자 자산으로 꼽혔던 달러화는 본격적으로 매입할 시기가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금리인상이 시장에 선반영된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이 기본적으로 약(弱) 달러를 지향해 달러가 박스권에서 움직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정성희 팀장은 “달러는 환율 1,120원선 밑에서 매수하는 것을 추천하며 최근처럼 1,130원대에선 부담스럽다”고 조언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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