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충격 없이 반복ㆍ출혈량 많으면 위험
코를 후비고, 만지다가 코피가 흐르게 마련이다. 그런데 외부 충격을 가하지 않았는데 코피가 반복적으로 나고, 출혈이 심해 지혈이 어려우면 몸에 이상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
한두희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성인의 경우 물리적 힘을 가하지 않았는데 코피가 한쪽 코에서 반복적으로 많이 흐르면 종양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코피의 90% 이상은 코 앞 점막이 파열돼 생긴다(전비출혈). 전비출혈은 양도 적고, 지혈도 잘 돼 별 문제되지 않는다. 하지만 코 안쪽 점막 파열로 코피가 나면(후비출혈) 다른 문제 때문일 수 있다.
한 교수는 “후비출혈라면 코 내부 종양이 코 점막을 자극해 생긴 것일 수 있다”며 “코피가 두경부암 전조 증상일 수 있어 내시경검사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드물지만 사춘기와 청년기 남성이 이런 증상이 반복되면 비인두강 혈관섬유종을 의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인두강 혈관섬유종은 양성이지만 커지면 비강, 부비동(얼굴뼈와 코가 연결된 공기주머니), 눈구멍 등에 침범해 치료하기 어려울 수 있다.
고혈압 환자도 코피를 가벼이 여기면 안 된다. 이글라라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고혈압 환자 중 죽상동맥경화증 등 심혈관계 질환 예방을 위해 항혈전제, 항응고제를 먹는 사람은 혈소판 감소로 혈액응고장애가 생겨 자주 코피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코피가 멎지 않아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에게 지병과 먹는 약을 알려주면 불필요한 검사를 하지 않고 신속히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항혈전제, 항응고제 등을 먹지 않는 고혈압 환자라도 노동 강도가 세거나, 스트레스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코피가 잦을 수 있다”고 했다.
만성 간염, 간경화 등 간질환자 가운데 혈소판이 줄어 자주 코피가 날 수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많다. 또한, 코피는 황사, 초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이 심해질수록 더 많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박 교수는 “미세먼지 등이 우리 몸에 침투하면 혈관을 압박해 코피가 나기 쉽다”며 “미세먼지 농도가 나쁜 날에는 외부활동을 자제하고, 흡연과 음주를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환 국립중앙의료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코피가 10분 이상 지혈되지 않으면 몸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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