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회장 중 상임부회장 선임하라’는 체육회 규약 위반
첫 단추 잘못 꿰어 나머지도 문제
포항시 “차기 총회 때 처리하면 된다” 해명
경북 포항시체육회가 전복로비 사건으로 물러난 상임부회장 자리에 규약상 무자격자를 임명, 논란이 일고 있다. .
19일 포항시체육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A(66)씨를 새 상임부회장으로 선임했다. 시체육회 2인자격인 상임부회장은 이사회 동의를 얻어 회장인 이강덕 포항시장이 임명하도록 되어 있으나 A씨는 부회장 중에서 상임부회장을 뽑도록 한 포항시체육회 규약 28조 3항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체육회는 자격 시비가 일자 14일 A씨를 부회장으로 선임하고 체육회 이사들의 서면 동의를 받은 뒤 같은 날짜로 다시 상임부회장으로 임명하는 꼼수를 부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A씨를 부회장에 선임할 때 총회 의견을 거쳐야 하는 체육회 규약 28조 1항을 따르지 않아 말썽이 일고 있다.
이에대해 포항시와 포항시체육회는 ‘부회장 선임 권한을 회장에게 위임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들어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부회장 중에 상임부회장을 뽑아야 한다는 규약을 어기고 임명한 것은 실수”라면서도 “지난해 총회 때 체육회 회장인 시장에게 모든 권한을 다 위임했기 때문에 부회장으로 선임한 안건은 차기 총회 때 결과를 보고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체육회가 자체 규약까지 어겨가면서 상임부회장을 선임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직원 28명, 연간 사업비 54억여 원, 이중 경북도와 포항시의 보조금이 49억원에 이르는 포항시체육회는 30여 단체와 읍면동 체육회, 양덕 한마음체육관 위탁 운영 등 포항의 체육행정을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거대 조직이어서 투명성이 요구되고 있다.
전 상임부회장도 경북도체육회 이사들에게 전복로비를 시도하다 불명예 퇴진했고 올해는 경북도민체전에서 9연패를 하지 못하면서 내부 개혁 목소리도 어느 때보다 크다.
포항시체육회 한 회원은 “전복로비 사건으로 망신살이 뻗친 포항시가 새 상임부회장을 뽑으면서 또 다시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며 “포항시체육회와 포항시 관련 부서의 대대적인 개혁과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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