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후보자 해군 총장 재임시절
계룡대 근무지원단 비리 사건
지난달 장관 후보로 거론되자
김영수 前 해군 소령에 전화
“부패한 사람이란 인식 바꿔줘야
나에 대한 말 어떻게 할 거냐”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해군 참모총장 재임 시절 불거진 계룡대 군납비리 사건의 내부 고발자에게 전화를 걸어 회유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다. 28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이 사건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송 후보자의 부적절한 처신이 도마에 올랐다.
본보가 19일 입수한 A4용지 15쪽 분량의 녹취록에 따르면, 송 후보자는 지난달 12일 김영수 전 해군 소령에게 전화를 걸어 “언론에서 (국방부 장관) 임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한다”며 계룡대 군납비리 사건을 두고 닦달하기 시작했다. 대선 직후 각료 인사발표가 시작되면서 송 후보자가 가장 유력한 국방부 장관 후보로 거론되던 때다.
계룡대 근무지원단 군납비리는 비공개 수의계약으로 9억여 원의 손실을 입힌 사건이다. 김 전 소령이 2006년 문제를 제기했지만 묵살되다가 2009년에서야 국방부가 비리를 확인해 31명을 형사 처벌했다. 하지만 김 전 소령은 양심선언의 책임을 지고 군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송 후보자는 “당시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며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
송 후보자는 이어진 통화에서 “내가 마치 비리를 비호하고 김영수를 핍박시킨 것으로 언론이 몰아가고 있다”며 “내가 1원이라도 받았으면 배를 가를게”라고 격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이에 김 전 소령은 “법무, 기무, 헌병이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했다”면서 “군납비리가 아니라 진급비리까지 포함된 해군의 총체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송 후보자는 “난 보고받은 것을 은폐하지 않았다”면서 “내가 부패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바꿔줘야 할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또 “나에 대한 말은 어떻게 할거냐”고 집요하게 다그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전 소령은 “사실대로만 이야기 하겠다”면서 “총장님에 대해서는 평가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아울러 “군납비리 당시 어떤 일이 있었는지만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다급해진 송 후보자는 “내가 잘못한 건 아니잖아”라며 “도와달라는 얘기가 아니라 송영무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사실대로만 얘기해달라”고 읍소했다. 그러면서 “평가하지 않겠다고 하면 90%는 부정적인 것 아니냐”, “그렇다면 나를 돕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재차 도움을 요청했지만 김 전 소령은 확답을 하지 않았다. 송 후보자는 “내가 비리를 은폐하거나, 인사나 진급에서 1원이라도 먹었다면 사퇴한다”고도 했다.
김 전 소령은 앞서 국회 국방위에서 인사 청문회 증인 출석을 요청 했지만 거절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논란이 커지자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어찌됐건 송 후보자와의 대화내용이 외부로 공개된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 후보자는 “계룡대 군납비리를 둘러싼 소문이 내가 알고 있는 사실관계와 달라 제대로 확인시켜 주기 위해 김 전 소령과 통화한 것”이라며 “청문회를 앞두고 회유하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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