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인사권에 도전장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직접 조사 결의
전국 법원에서 모인 판사 100명이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관여한 법원행정처 고위 간부와 법관 등을 해당 업무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법원행정처의 대대적인 물갈이 요구는 대법원장의 인사권에 도전장을 내민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들은 또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직접 조사하기로 결의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위원장 이성복 수원지법 부장판사)는 19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직ㆍ간접적으로 참여한 고위 간부와 사법행정 담당자들은 더 이상 사법행정업무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며 “양승태 대법원장은 앞서 진상조사위에서 확인된 사법행정권 남용행위를 인정하는지와 구체적 책임소재 및 문책 계획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법관회의의 업무배제 요구 범위에 대해 공보 간사인 송승용 수원지법 부장판사는 언론브리핑을 열고 “의사결정 과정에 책임을 진 당시 법원행정처 처장과 차장, 실행과정에 관여한 판사 등 더 넓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무배제 방식에 대해서는 “보직 해임보다는 보직 전환 등이 바람직하지 않겠냐”고 답했다.
법관회의는 또 최한돈 인천지법 부장판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현안조사소위원회를 구성,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를 추가조사한다고 밝혔다. 앞서 일선 판사들의 사법개혁 논의를 축소하려 한 법원행정처의 부당 개입은 인정하면서도 ‘사법부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이인복 전 대법관)의 조사결과에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이와 함께 사법행정에 관한 법관들의 참여기구로 가칭 ‘전국법관대표회의’ 상설화를 주장하면서 그 법적 근거를 대법원 규칙에 마련해 달라고 건의했다.
대법원이 판사들의 의결사항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양 대법원장이 지난달 17일 법원 내부망을 통해 “현안과 관련해 판사들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법관대표회의 의결사항을 무겁게 받아들일 것이란 시각이 많다.
고양=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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