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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은 나의 힘’ 켑카, 최저타로 US오픈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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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은 나의 힘’ 켑카, 최저타로 US오픈 정상

입력
2017.06.1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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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두 번쨰 메이저대회인 US오픈 우승자 브룩스 켑카(미국)가 19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에린의 에린 힐스 골프장에서 우승컵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에린=AP연합뉴스
시즌 두 번쨰 메이저대회인 US오픈 우승자 브룩스 켑카(미국)가 19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에린의 에린 힐스 골프장에서 우승컵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에린=AP연합뉴스

역대 최장거리, 지옥의 러프가 입을 벌린 ‘고난의 행군’에서 랭킹 22위 브룩스 켑카(27ㆍ미국)가 마지막에 웃었다.

켑카는 19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에린에 위치한 에린 힐스(파72ㆍ7,741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 US오픈(총상금 1,200만 달러ㆍ우승상금 216만 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한 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를 기록한 켑카는 대회 최다언더파 타이기록을 세우며 US오픈 최종 리더보드 맨 위에 이름을 올렸다. 자신의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이다.

브룩스 켑카(미국)가 19일(한국시간) 열린 US오픈 마지막날 16번 홀에서 버디 퍼트에 성공한 뒤 손을 흔들고 있다. 에린=AP 연합뉴스
브룩스 켑카(미국)가 19일(한국시간) 열린 US오픈 마지막날 16번 홀에서 버디 퍼트에 성공한 뒤 손을 흔들고 있다. 에린=AP 연합뉴스

16언더파는 2011년 로리 매킬로이(28ㆍ북아일랜드)가 정상에 오를 때와 같은 기록이다. 매킬로이는 16언더파 268타로 대회 최다언더파ㆍ최저타로 우승컵을 차지했다. 하지만 당시는 파71, 올해는 파72로 진행됐다.

켑카는 이번 시즌 PGA투어 드라이버샷 거리(307.6야드) 5위에 오를 만큼 장타력을 뽐내지만 그린 적중률과 드라이버샷 정확도에서는 각각 141위(63.8%)와 173위(54.6%)로 약점 또한 두드러져, 전문가들은 아무도 그를 우승후보로 점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이번 대회에서 아이언샷을 보완해 그린적중률(86.11%)을 높였고, 드라이버샷 정확도(87.5%) 역시 놀라울 정도로 향상시켜 우승을 낚아챘다.

골프다이제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켑카는 유년시절 리틀 야구단에서 유격수로 활약하며 선수의 꿈을 키워나갔지만 뜻밖의 사고가 그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열 살 때 코뼈가 부러지는 자동차 사고를 당하면서다. 회복기간 동안 방망이를 손에서 놓아야 했던 켑카는 얼굴 부상에 관계없이 즐길 수 있는 골프를 접한 뒤 유소년 골프계를 평정하면서 입문했다.

촉망 받던 유소년 선수였지만 켑카의 골프인생이 늘 순탄하지는 않았다. 강한 승부욕은 지금의 그를 만든 강점이지만 때로는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때문에 플로리다 주립대학 선수로 활동하던 시절에는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할 만큼 분노조절장애까지 겪었다. 동시에 어머니의 유방암 진단 소식까지 집안을 덮쳤다. 켑카는 이 때 인생의 무상함을 깨닫고 현재를 즐기기로 했다고 한다. 몇 번의 시련을 거치며 그는 정신적으로 성숙해졌고 이는 성적 향상으로도 이어졌다.

켑카는 보통의 젊은 미국 선수들과는 다른 커리어를 밟았다. 2012년 프로에 데뷔하기 전 아마추어 신분으로 US오픈 출전 자격을 얻었으나 컷 탈락한 후 어느 대회 출전권도 획득하지 못한 채 유럽행 비행기에 올라야 했다. 2부 투어인 챌린지 투어에서 카자흐스탄, 케냐, 인도 등에서 열린 마이너 대회를 전전하던 켑카는 2014년 11월 터키에서 열린 유러피언 투어 터키항공 오픈에서 강호 이안 폴터(41ㆍ잉글랜드)에 1타 차 우승을 거두며 처음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초청선수로 출전한 PGA투어 대회에서 여러 차례 상위권을 기록한 덕분에 투어 출전권을 얻었다. 미국무대에 복귀한 2015년에는 피닉스 오픈에서 우승하며 영건으로 자리매김했고 US오픈 5번 도전 끝에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을 품에 안았다.

브라이언 하먼(30ㆍ미국)과 마쓰야마 히데키(25ㆍ일본)가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공동 2위에 올랐다. 마쓰야마는 이날 갱신된 랭킹에서 2위로 뛰어올라 아시아 선수의 남자골프 세계랭킹 최고 순위를 새로 썼다.

관심을 모은 김시우(22ㆍCJ대한통운)는 4라운드에서 버디 없이 보기만 3개를 기록하며 3오버파 75타의 성적을 냈다. 합계 6언더파 282타가 된 김시우는 공동 13위로 자신의 첫 US오픈을 마무리했다.

한편 이번 대회는 끝 없는 이변 속에서 치러졌다. 세계 랭킹 1~3위인 더스틴 존슨(33ㆍ미국)과 매킬로이, 제이슨 데이(30ㆍ호주)가 나란히 컷 탈락을 했다. 대회를 주관하는 미국골프협회(USGA)는 “언더파는 꿈도 꾸지 못 할 것”이라고 호언장담 했지만, 1라운드에서 리키 파울러(29ㆍ미국)가 7언더파를 몰아치며 대회 1라운드 최저타 기록을 세운데 이어 3라운드에서는 저스틴 토머스(24ㆍ미국)가 9언더파로 US오픈 최저타 기록까지 경신했다. 켑카의 우승으로 최근 7차례 메이저 대회는 모두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 우승자를 배출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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