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위 간담회 ‘코드 맞추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박병원 회장은 19일 이용섭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나 “정부가 일자리 문제를 국정 최우선 과제로 정한 것을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며 ‘코드 맞추기’에 나섰다. 경총은 지난 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비판했다가 정부로부터 강력한 경고를 받은 바 있다.
일자리위원회와 경총은 이날 오전 서울 창성동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정책 간담회를 가졌다. 이 부위원장은 “어떤 정책에도 부작용은 있지만, 긍정적 효과가 부작용보다 크다면 좋은 정책”이라며 “경총과 언론이 작은 부작용만 부각하면 성공하기 힘든 만큼 일자리 정책에 협조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또 “경총이 사용자 측 논리에 매몰되지 말고, 어려운 국민을 위해 양보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기대한다”며 “불평등, 불공정, 불균형 등 ‘삼(3)불’타파를 통한 국민통합이 시대정신이고 그 해법이 일자리 창출인데, 시대정신이 질적 성장임에도 신자유주의 정책만 고집하면 발전할 수 없고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경총이 일자리 문제 인식에 있어서 정부와 큰 차이가 없음을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일자리 문제를 손수 챙기는 것을 누구보다 환영한다”며 “비정규직을 비롯한 취약계층의 비합리적 요소가 해소되도록 경총이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경총 회원, 경영자들에게 해고를 쉽게 해달라거나 임금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향의 노동시장 개혁은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고 계속 말해왔다”며 “미취업 청년, 실업자에 맞춰져야 하고 단 한 명이라도 더 일자리를 갖게 하느냐가 노동 개혁의 잣대가 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득권층의 양보가 필요하다”며 우회적으로 정규직 노조의 자세 변화도 촉구했다.
박 회장은 2003년 자신이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으로 있던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 경기 파주 LG필립스 첨단 LCD 공장 관련 규제 완화를 지시한 사례까지 들면서 정부와의 인연을 강조하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사업에 대해 걸림돌을 제거하고 아낌없이 지원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경총 김영배 상임부회장은 지난달 25일 “사회 각계의 정규직 전환 요구로 기업들이 매우 힘든 지경”이라고 발언하며, 청와대와 정면충돌했다. 경총이 새 정부를 만나는 것은 이날 간담회가 처음이다. 김 부회장은 미국 인사관리학회(SHRM) 참석을 이유로 불참했다.
비공개 간담회 후 이 부위원장은 “노사 대타협이 결국 상대적으로 많이 가진 쪽이 양보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쪽으로 협조하겠다는 경총의 뜻을 확인한 의미 있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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