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공격 수법 그대로 따라 해
예배 끝난 이슬람사원 덮쳐
1명 사망하고 10명 크게 부상
군중에 붙잡혀 연행된 범인
“모든 무슬림 죽이고 싶다” 외쳐
영국 수도 런던에서 또 다시 테러로 보이는 차량 공격 사건으로 사상자가 발생했다. 공격 수법은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영향을 받은 테러리스트와 비슷하지만 이번에는 라마단 기간에 예배를 마치고 모스크에서 나오는 이슬람교 신도를 겨냥한 사건이라 집단간 관용을 강조해 온 영국 사회에 충격을 던지고 있다.
BBC방송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19일 새벽 0시 20분쯤(현지시간) 북런던 핀즈베리파크역 인근에서 한 흰색 트럭이 이슬람교 모스크 ‘무슬림 복지의 집’에서 밤 예배를 마치고 나오던 무슬림을 향해 시속 80㎞로 달려 들었다. 런던 경찰의 대테러수사 담당 닐 바수 경찰부청장은 1명이 현장에서 사망하고 10명이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후송됐으며 피해자는 전원 무슬림이라고 밝혔다. 또 범행이 “테러 공격의 모든 특징을 띠고 있다”고 덧붙여 사건을 사실상 테러로 규정했다.
트럭 운전자는 48세 백인 남성으로 현장에서 도망치려다 군중에 의해 붙잡혀 경찰에 넘겨졌다. 목격자인 압디카다르 와르파는 영국 PA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성난 군중이 도망치는 그를 공격했으며 모스크의 이맘(고위 성직자) 모하메드 마흐무드가 나서 군중을 안정시키고 용의자를 보호했다고 증언했다.
현재 용의자의 신원과 차량을 돌진시킨 동기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미국 온라인매체 버즈피드에 따르면 다수의 목격자는 범인이 “나는 모든 무슬림을 죽이고 싶다”고 외치는 것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를 두고 이슬람교 성절인 라마단 기간에 무슬림을 의도적으로 노린 이번 공격에 ‘이슬람포비아(이슬람교에 대한 공포)’ 심리가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됐다. 영국의 무슬림 공격사건 감시단체 ‘텔마마’의 설립자 피야즈 무갈은 BBC에 “잇따른 영국 내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이후 반무슬림정서가 급격히 확산됐다”고 전했다. 공격을 받은 당사자인 무슬림 복지의 집은 공분 속에서도 “우리는 수십년간 평화롭고 관용적인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우리는 이 아름다운 공동체를 찢어 놓으려는 어떤 증오 행동도 거부한다”며 차분한 대응을 주문했다.
정치권도 이를 지난 3월 웨스트민스터 테러, 이달 3일 런던브리지 테러와 같은 테러 사건의 일종으로 보고 있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19일 오전 긴급회의를 소집했고 그 자신이 무슬림인 사디크 칸 런던시장은 “죄 없는 런던시민을 겨냥한 참혹한 테러이자 영국의 공동 가치를 향한 공격”이라고 규탄했다. 사건발생지가 자신의 지역구인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큰 충격을 받았다”며 희생자와 지역 공동체를 위로했다.
핀즈베리파크역은 런던이 표방하는 다양성과 공존을 상징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가디언에 따르면 공격이 발생한 모스크 길 건너편에는 브라질 이민자들을 위한 오순절교회가 있고 인근에는 알제리와 아일랜드 출신 이민자 공동체가 형성돼 있다. 또 사건 발생지 남쪽으로 약 1㎞에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팀 아스날의 홈구장 에미레이츠스타디움이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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