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연구원, 기부액 세금 공제 제안
문 대통령도 공약…도입 논의 급물살
대도시ㆍ지방간 재정 격차 해소 기대
강원도 “240억 원 세수증대 효과 예상”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난 A(30)씨. 유치원과 초중고, 대학을 모두 고향에서 졸업했다. 대학졸업 후에는 중견기업에 취업해 ‘인 서울’에 성공했다. 과거나 지금이나 지방에서 태어나 서울시민이 되는 흔한 케이스다.
하지만 강원도 입장에서 이 사례는 지방재정 적자의 원인이다. 양육, 교육과정에서 지방재정 지출이 이뤄졌으나, 정작 납세의무를 갖게 된 이후에는 타 지역에 세금을 내는 A씨와 같은 경우가 크게 늘어나는 반면 경제활동 인구 유입은 미미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경제활동 인구 유출과 20년 넘게 이어진 저출산은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를 악화시켰다. 올해 본 예산 기준 강원도의 재정자립도는 29%로 서울(85%), 경기(70%)와 비교할 수준이 못 된다. 이런 현상은 강원도뿐 아니라 농산어촌 지역을 포함한 자치단체라면 공통된 고민이다.
강원연구원은 최근 지역별 재정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고향세’ 도입을 제안했다. 고향 발전을 위해 출향도민이나 기업이 기부금을 내면 국세인 소득세를 공제해 주는 것이 핵심. 이로 인해 2007년 대선운동 기간 이후 10년 만에 고향세 도입이 다시 공론화됐다.
연구원은 대도시권과 지방의 세수격차를 줄일 목적으로 2008년 5월부터 시행한 일본 후루사토(故鄕) 제도에 주목한다. 후루사토는 기부금이 2,000엔(한화 2만390원)을 넘으면 일정액을 소득세 및 개인주민세에서 공제하는 시스템이다. 지난해 후루사토 총액은 1,470억 엔(한화 1조 4,965억 원)으로 전년 대비 5배 이상 늘었다. 기부자(1,295만 3,000명) 역시 2015년 보다 3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상헌 강원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은 2008년 고향세 도입 초기에는 개인의 참여가 활발하지 않았으나 2015년 공제확대와 원스톱특례제를 도입하면서 급격히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애향심 차원을 넘어 세제혜택이라는 인센티브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일본은 기업의 기부를 유도하기 위해 법인형 고향세인 ‘지방창생응원세제’를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웃도어 용품 업체가 지역에서 열리는 스노보드 대회 등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참여를 유도한다. 세액공제를 개인보다 2배 이상 늘린 것이 특징이다. 강원도는 일본과 유사한 방식이 고향세 도입으로 연간 240억 원 이상의 세수증대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도는 납세자에게 감사의미를 담아 지역 특산물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세수증대와 농축산업 활성화를 동시에 도모하기 위함이다.
강원연구원은 지금이 고향세 도입의 적기라고 주장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고향사랑 기부제’ 도입을 약속했다. 도시민들이 고향 등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면 10만 원까지 전액을, 10만원이 넘으면 16.5%, 2,000만원 초과분은 33%까지 세금에서 공제해 주겠다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지난해 7월 이후 모두 4건의 고향세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다.
고향세 도입까지 해결과제도 적지 않다. 전국 자치단체 간 기부금 유치 과열경쟁 등 부작용과 수도권에 역차별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대 국회 이후 논의됐던 향토발전세 등이 무산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였다. 수도권과 지방간 세수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선 현행 8대2 수준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조정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방안이라는 반론도 있다. 강원발전연구원은 “기업의 사회공헌사업과 연계하는 등 고향세 적용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며 “일본 등 해외사례를 분석해 부작용을 예방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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