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 교통사고로 두 번에 걸쳐 합의금을 빼돌린 40대 남성이 구속됐다. 조사 결과 합의금을 받아낸 것 말고도 50번 이상 합의금을 노린 교통사고 사기를 벌인 상습범으로 밝혀졌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7년간 54차례에 걸쳐 고의 교통사고를 낸 뒤 피해자 행세를 한 이모(45)씨를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상습사기ㆍ사기미수) 혐의로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조사 결과 이씨는 보험사를 통해 합의금을 받아내는 데 성공한 건 단 2번이었다. 올해 4월 서울 영등포역 근처의 한 이면도로에서 서행하고 있던 김모(42)씨 차량 뒷바퀴에 발을 집어넣고 쓰러진 후 합의금 21만원을 받아냈고, 2014년 12월에는 자동차 백미러 등에 손목을 갖다 대는 ‘손목치기’ 수법으로 25만원을 받아냈다. 받아낸 돈은 고시원 생활비 및 술값 등으로 탕진했다.
경찰은 2010년부터 올해까지 이씨가 영등포ㆍ시흥ㆍ안양경찰서 등에서 교통사고 피해자로 신고된 사건이 50회가 넘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씨가 매번 “피해가 미미하니 없던 일로 하겠다”며 경찰 조사에 응하지 않아 종결처리된 사건이었다. 이씨는 서행 차량에 일부러 손이나 발을 갖다 대고 다친 척을 하며 현장 합의를 요구하다가, 상대 운전자가 정식으로 사건 처리를 하려고 하면 현장을 급히 떠나거나 돈을 받지 않겠다고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골절 등 큰 부상 위험이 있는 사고는 내지 않았다. 이씨는 경찰에서 “조사를 받다 보면 고의사고가 탄로날 것 같아 피해가 없다고 주장했다”고 털어놨다.
경찰 관계자는 “직업이 없는 이씨가 고의사고로 벌어들인 돈으로 생활을 이어왔다고 하는 만큼, 다수의 피해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추가 범행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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