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8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다. 결정적 흠결이 발견되지 않은 데다 한미 정상회담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준비 등 외교 현안의 시급성에 미루어 더 이상 임명을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강 후보자 임명에 대한 찬성 여론이 반대의 2배를 넘어 야당이 국회 보이콧 등 극단적 조치를 취할 명분이 약하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른 여야 관계 악화로 17개 부처 장관 중 겨우 5명이 임명된 상태에서 새 정부 내각 인선은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야권은 16일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자진 사퇴를 계기로 청와대 인사검증 실패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는 등 공세의 고삐를 바짝 조여왔다. 이런 가운데 ‘협치 파괴’로 규정한 강 후보자 임명이 강행된 만큼 향후 여야 갈등의 격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실제로 정의당을 제외한 야 3당은 “사실상 협치는 끝났다”며 국회 일정 거부 등 강력한 대응을 천명하고 있다. 후속 인사청문회 검증 공세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야권의 송곳 검증은 1차적으로 음주운전, 논문표절 등 의혹이 제기된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와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에 쏠릴 것으로 보인다. 국회 추경안 심사와 정부조직법 논의,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 등도 험로가 예상된다.
임기 시작부터 여야 충돌로 치닫는 정국을 지켜보는 국민 마음은 답답하고 안타깝기 그지없다. 지금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국가 위기 상황이다. 부동산시장 불안과 가계부채 폭증, 대북 정책을 둘러싼 한미 이견 등 각종 현안이 산적해 있다. 그런데도 새 정부 출범 40일이 지나도록 조각은 지지부진하다. 내각 인선 갈등을 빨리 수습하지 못하면 국정운영 동력이 약화하면서 검찰 개혁, 경제민주화 등 개혁 드라이브가 좌초할 수도 있다.
여야 모두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서 국익 차원의 정국 해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문 대통령은 국민과만 낮은 자세로 소통할 게 아니라 야당과의 소통에도 더욱 힘을 써야 한다. 일련의 인사 잡음에 대해 직접 야당에 유감을 표하고 양해를 구하는 게 최선이다. 청와대 정무라인도 야당 지도자들을 수시로 만나 현안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부실을 드러낸 인사검증 시스템도 철저히 손질해야 함은 물론이다.
다만 야당도 강경화 임명 강행을 후속 인사청문회나 추경안 심사와 연계하려고 해선 안 된다. 정국 주도권을 잡겠다고 계속 무리수를 두다가는 거센 역풍에 휘말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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