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법대 출신 10명으로 줄고
역대 5번째 여성 대법관도 탄생
“판결 다양화ㆍ관행 타파” 환영
문재인 정부 첫 대법관 인선에서 여성 법관과 변호사 출신이 임명 제청되면서 대법관 다양화가 어디까지 이뤄질지 관심이 모인다. 이번 인사는 서울대 출신의 50대 남성 고위법관이 대법관을 독식하던 기존 관행을 탈피한 것이어서 향후 대법원 구성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16일 조재연(61) 변호사와 박정화(52)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청했다. 정통 법관이자 서울대 법대 출신인 이상훈ㆍ박병대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비서울대ㆍ여성ㆍ비(非)법관 출신인 대법관 후보자가 합류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국회 동의를 얻어 이들을 대법관으로 최종 임명하면 대법관 구성이 상당히 달라진다.
두 대법관 후보자의 취임으로 학교 편중 현상이 완화될 전망이다. 양 대법원장을 포함해 대법관 14명 중 12명이 서울대 법대 출신이던 대법관 구성은 두 후보자가 합류하면 10명으로 줄어든다. 조 변호사는 성균관대 법대를, 박 부장판사는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다.
법원 외부 인사와 여성 대법관도 증가한다. 조 변호사는 11년간 법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지만 이후 24년간 변호사로 활동했다. 현직 대법관 중 법원 외부에서 합류한 인사는 법원 퇴직 후 한국여성변호사회장을 지낸 박보영 대법관과 검찰을 떠난 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을 지낸 박상옥 대법관, 전직 서울대 로스쿨 교수인 김재형 대법관 등 3명뿐이다. 박 부장판사가 임명되면 여성 대법관도 3명으로 늘어난다. 그는 역대 다섯 번째 여성 대법관으로, 현재 대법관 중 여성은 박보영ㆍ김소영 대법관 2명뿐이다.
양 대법원장의 임기 만료와 함께 새로운 대법원장이 임명되는 9월에는 대법관 다양화가 더 탄력을 받게 된다. 문 대통령은 양 대법원장 후임을 비롯해 임기 중 대법관 14명(대법원장 포함) 가운데 13명을 임명하게 된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앞서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재야 출신의 김선수 변호사의 대법관 진입도 시기의 문제일 뿐이라는 예측이 많다. 이번 인사에서는 임명되지 않았지만 내년 1월 김용덕ㆍ박보영 대법관이 퇴임을 앞두고 있어 여전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대법관 다양화를 환영하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대 출신 남성 고위법관’으로 대표되던 대법관의 기본 틀에서 벗어나면 판결에도 다양한 사회적 가치가 반영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양 대법원장도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기대를 각별히 염두에 뒀다”며 인선 배경을 밝혔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입장자료를 내고 “법관이 고위 법관의 최종 승진자리로 운영돼 온 종전의 관행을 타파했다”며 환영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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