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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헌재소장을 사석(捨石)으로 쓴다?

입력
2017.06.18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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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KX2_3471] 박한철 헌재소장이 퇴임한 가운데 이정미 권한대행 등 8명의 재판관이 참석한 가운데 1일 오전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공개변론이 열렸다. 김이수 헌법재판관. 2017.2.1 / 사진공동취재단 /2017-02-01(한국일보)
[ㅁKX2_3471] 박한철 헌재소장이 퇴임한 가운데 이정미 권한대행 등 8명의 재판관이 참석한 가운데 1일 오전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공개변론이 열렸다. 김이수 헌법재판관. 2017.2.1 / 사진공동취재단 /2017-02-01(한국일보)

문재인정부가 출범 한 달여 만에 최대 시련에 봉착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정책 가정교사로 불리던 김기정 국가안보실 2차장이 교수 시절 부적절한 처신으로 중도 사퇴한 데 이어 검찰 개혁의 아이콘이라며 제시한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마저 낙마하면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 강행으로 정국은 또다시 혼미한 상태로 빠지고 있다.

안경환 낙마 사태로 여야의 셈법은 다소 복잡해졌다.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무기력증에 빠져있던 야당 입장에서는 망외의 소득을 거둔 셈이지만 주력 타깃인 강경화 후보자를 고리로 조대엽, 김상곤, 김이수 후보자 전선에서 1, 2승이라도 거두려던 당초 전략에 없던 결과다. 때문에 강경화 장관 임명을 밀어붙인 정권에 추가 희생양을 요구하기가 머쓱해진 모양새다. 안경환 카드에 검찰 개혁의 모든 것을 걸었던 청와대와 여권 입장에서는 개혁 동력의 상실이 걱정이기는 하지만 향후 인선의 부담은 다소 던 셈이다. 안경환 낙마와 강경화 임명을 교환 개념으로 본다면 이른바 ‘사석(捨石)’을 하나 줄였다는 계산이 나올 법도 하다.

문재인정부 들어 사석 작전은 진작에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낙연 총리 인준안이 질척거리던 5월 말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김이수 사석 카드가 당내에서 심심찮게 오르내리고 있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당 분위기를 전했다. 헌재 재판관 이념 스펙트럼의 가장 왼쪽에 위치한 김 후보자를 15개월 임기의 헌재소장에 지명할 때는 청와대 나름의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는 부연 설명이 그럴듯해 보였다. 청문회 정국에서 체면치레라도 해야 할 야당 입장에서도 국회 동의와 상관없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는 장관 인선에 매달리기보다, 국회 본회의 표결을 통해 인선을 좌절시킬 수 있는 헌재소장 전선이 보다 실리적일 것이다. 그 뒤로 음주운전 조대엽, 논문표절 김상곤, 위장전입 송영무 등의 사석 카드가 정치권에서 오락가락하는 와중에도 김이수 후보자는 빠진 적이 없었다.

그런데 헌재소장이 어떤 자리인가. 국회 및 정부, 법원과 함께 헌법이 별도의 장에서 권력분립의 한 축으로 설명하고 있는 헌법재판소의 수장이다. 1987년 체제의 산물로 내년에 30주년을 맞는 헌재는 통진당 해산 등의 논란도 있었지만 간통제 폐지 등으로 사회변화상을 제도화하는데 앞장서 왔다. 특히 대통령 탄핵 결정으로 국민 주권주의를 확립하고 권력의 견제기구로서 확실히 자리매김 했다. 헌법에 나타난 권력분립의 원칙에서 보자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보다 국회와 마찬가지로 국민이 뽑는 게 도리어 마땅할 헌재소장을, 조자룡 헌 칼 쓰듯이 정쟁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인식 자체가 불편하다.

나아가 헌재소장의 대행체제도 문제없다는 대통령과 여권 지도부의 판단은 어리둥절할 정도다. 문 대통령이 이달 초 민주당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강경화 카드 강행 방침을 밝히면서 “헌재소장은 대행 체제로 가도 된다”고 언급했다는 보도에 앞서 여당 핵심 인사 또한 “김이수 후보자의 인사안이 부결되더라도 큰 문제는 없다”는 식으로 발언했다는데, 그렇다면 문 대통령의 헌재소장 지명 일성은 무엇인가. 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헌법기관이면서 사법부의 한 축을 담당하는 헌재소장 대행체제가 너무 장기화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서 우선적으로 지명절차를 밟는다”고 했다.

헌재소장은 상징적 존재일 뿐이며 재판관의 한 명으로서 특별한 권한이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 아니다. 헌재소장에 대한 임기 규정이 별도로 없어 헌재소장을 임명할 때마다 임기 논란이 반복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제도개선이 우선 필요해 보인다. 차제에 헌재소장 임기규정을 새로 마련하든지, 대통령 지명이 아닌 재판관 호선으로 방식을 바꾸든지 심각히 고민해봐야 한다. 현재의 시스템과 제도 아래에서는 사석 카드 논란 같은 정치적 공방이 재연될 수밖에 없다.

김정곤 정치부장 jk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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