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급 법원 판사 100명이 모여 사법부 개혁을 논의하는 전국법관대표회의가 19일 열린다. 2009년 신영철 서울중앙지법원장의 촛불집회 재판개입 논란 이후 8년 만의 법관회의다. 과거 네 차례에 걸친 소장 판사들의 집단행동인 ‘사법 파동’을 연상시킨다. 새 정부 출범으로 각 분야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특별히 주목된다.
이번 법관회의 개최는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가 내부 연구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학술행사를 축소하려고 외압을 행사한 게 발단이다. 그런 만큼 사법행정을 장악한 법원행정처의 비대화와 관료화 해결이 핵심 논의대상이다. 일선 판사들이 사전 모임에서 전국법관회의 상설화를 우선 과제로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각급 법원 별로 운영해온 판사회의를 전국 단위로 확대하고 이를 상설 기구로 만들자는 내용이다. 현행 대법원 규칙에는 법원별로 판사회의를 설치하도록 규정돼있을 뿐이다.
법원 내부에서는 판사들이 법관회의를 상설화해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법관 인사나 처우 문제 등에서 요구를 쏟아내면 ‘판사 노조’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일선 판사들이 법관인사와 사법행정에 참여함으로써 제왕적 대법원장의 행태를 견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볼 게 아니다. 국가권력의 한 축인 사법부는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나 입법부를 구성하는 국회의원과 달리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다. 사법부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민주적 운영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전국법관회의는 법원이 민주적 사법부로 거듭나게 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법부 개혁은 시대적 과제다. 우리나라 사법 신뢰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33위로 최하위인 상황에서 국민의 사법개혁 요구가 거센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난 16일 문재인 정부 첫 대법관 후보로 현직 변호사와 여성 법관을 제청한 것은 긍정적인 변화다. ‘서울대, 50대 남성, 고위 법관’출신이 대부분인 현재의 대법관 구성을 다양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 대법원장은 전국법관회의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요구도 적극 반영해야 한다. 국제인권법연구회 외압 의혹 재조사와 책임자 규명, 사법 행정권 남용 제한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의 요구가 나오는 데는 그의 책임이 적지 않다. 양 대법원장은 오는 9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국민의 신뢰를 상실하고 판사들의 반발을 부른 사법부 수장으로서 그때까지 무엇을 해야 할지 자문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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