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앱으로 신원 확인 가능
1㎠ 크기… 목욕해도 안 벗겨져
행불자 찾기ㆍ사고방지 효과 불구
신체 접착 방식 인권 침해 논란도
일본에서 치매환자의 행방불명 사례가 4년 연속 1만건을 넘어서고 있다. 일본내 치매인구는 8년후인 2025년 700만명선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거리를 배회하는 치매실종자를 어떻게 빨리 발견해 사고를 방지할지, 첨단기술은 물론 지역주민의 협조를 활용한 다양한 노력들이 각지에서 이뤄지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대책은 사이타마(埼玉)현 이루마(入間)시에서 진행중인 ‘신원판별 QR스티커’사업이다. 실종자의 빠른 신원확인을 돕기 위해 치매환자의 손톱에 1㎠크기의 QR코드를 붙이는 것이다. 가족들에게 무료로 나눠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목욕을 해도 쉽게 벗겨지지 않고 한번 붙이면 2주일간 떨어지지 않는다. 이루마시의 벤처기업 오렌지링크스가 개발한 제품으로, 스마트폰 앱으로 스캔하면 시청 측이 부여한 치매노인별 식별번호가 확인된다.
당초 시청 측은 배회노인 대책으로 GPS(위성정보시스템)단말기를 유료로 대여했지만 정작 노인들이 갖고 다니지 않거나 충전이 필요해 불편한 점이 많았다. 이에 비해 간편한 스티커는 인식표를 반드시 몸에 지니게 한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보호자가 잠깐 방심한 사이에 치매노인이 사라져 멀리 이동하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이다.
이와테(岩手)현 야하바마찌(矢巾町)에선 치매노인 행방불명을 막기 위한 ‘야하바 멍멍패트롤대’라는 이름의 자원봉사대 대원 50명이 활동중이다. 이들은 개를 데리고 산책하며 눈에 띄는 노인에게 무조건 말을 거는 작업을 한다. 요양원으로 돌아갈 길을 잃어 도로에 주저앉은 할머니를 발견하는가하면, 철도건널목 옆에 아슬아슬하게 서있는 노인을 구조한 경우도 있다. ‘철도대국’ 일본에선 매년 100건 안팎의 건널목 사망사고가 발생하며 노인 피해자가 적지 않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행방불명 신고중 치매환자는 1만5,432명으로 26.4%나 증가했다. 집계를 시작한 2012년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지난해 말 현재 191명은 여전히 행방이 묘연한 상태고, 471명은 자택 주변 용수로에 추락하는 등 숨진 채 발견됐다.
노인들이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 신원확인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대비해 당국은 치매노인의 DNA와 체형, 복장 등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에 몰두했고, 결국 QR스티커 방식과 같은 획기적 대책을 선보였지만 인권 침해 논란 등 부작용도 이어지고 있다. 고령자 신체에 직접 스티커를 붙이는 방식에 대한 저항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인터넷에는 “이런 엄청난 발상을 누가 했나” “젊은이는 못느끼겠지만 노인세대는 버려진다는 거부감이 들 수 있다”는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스티커를 개발한 IT업체 측은 비슷한 우려로 개발중단도 생각했지만 부양가족의 반응이 좋아 다른 지자체들도 도입상담을 해온다고 밝히고 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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