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90분’이라는 명제를 뒤흔드는 획기적인 변화를 국제축구평의회(IFAB)가 논의하고 있어 큰 관심을 끈다.
18일(한국시간) IFAB 홈페이지에 공개된 ‘플레이 페어’(Play Fair) 제안서에 따르면 그 동안 전ㆍ후반 45분씩 90분 진행됐던 경기를 30분씩 60분으로 줄이는 방안이 포함했다. 축구는 90분으로 치러졌지만 선수 교체, 터치아웃, 반칙 상황 등을 뺀 실제 경기 시간(Actual Playing Time)은 60분 남짓이라는 통계에 따른 판단이다.
IFAB는 축구 규칙을 관장하는 기구다. 축구 종가인 잉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스코틀랜드 등 영연방 네 개 축구협회의 대표와 국제축구연맹(FIFA) 대표 두 명으로 구성된다. 제안서는 선수들의 ‘습관’을 바꿔 존중감을 높이고 실제 경기 시간을 늘리고 축구의 공정함과 흥미로움을 배가한다는 세 가지 목적을 표방한다.
이에 따르면 골키퍼가 볼을 손으로 들고 6초 이상 지체하면 반칙을 주는 ‘6초룰’을 더 엄격하게 적용하고 페널티킥(PK)을 골키퍼가 막으면 달려들어 재차 슈팅 하는 걸 허용하지 않는다. PK는 한 번 차서 성공하지 못하면 그대로 멈춰지고 골킥으로 이어진다.
또한 ▲PK를 차는 과정 ▲득점 이후나 선수 교체, 옐로 혹은 레드 카드가 주어진 후 경기가 재개될 때 ▲부상자가 치료받고 다시 들어갈 때 ▲프리킥이 주어진 뒤 심판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시간 등의 상황에서 시계를 멈춘다. 심판 시계와 전광판 시계를 연동시켜 관중들이 남은 경기 시간을 정확히 알 수 있도록 한다. 첼시 출신 공격수 지안프랑코 졸라(51ㆍ이탈리아)는 “찬성한다. 많은 팀들이 이기고 있을 때 고의로 시간을 낭비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IFAB는 내년 3월 연례 총회 때까지 좀 더 논의한 뒤 실제 테스트에 들어갈 지 여부를 정할 예정이다. 영국 BBC는 “IAFB 제안서 중 몇 가지는 이미 테스트 중이다”며 “두 팀 주장들만 심판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방안은 17일 시작한 러시아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회부터 테스트된다. 얼마 전 한국에서 막을 내린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큰 화제를 모은 새로운 승부차기 방식인 ‘ABBA(아바)’도 이 가운데 하나였다”고 전했다. 불필요한 시간을 줄여 60분 축구로 바꾸자는 내용도 단순 아이디어 차원이 아니라 조만간 실제 경기나 국제 대회에 시행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말이다. 이 제안이 도입되면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일명 ‘침대 축구’는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앞으로 논의될 내용 중 몇 가지 눈에 띄는 룰을 보면 선수들은 프리킥이나 코너킥에서 다른 선수에게 패스하지 않고 혼자서 드리블로 경기를 재개할 수 있고, 동료의 백패스나 스로인 패스를 골키퍼가 손으로 잡으면 PK를 주고, 골키퍼가 아닌 선수가 손으로 골이 들어가는 것을 막으면 레드 카드와 함께 득점으로 인정하는 방안이 있다. 데이비드 엘러레이 IFAB 테크니컬 디렉터는 영국 매체 더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제안서는 ‘소리 없는 혁명’과도 같다”며 “현재의 축구 규칙이 ‘무엇을 위한 것인가’라는 점을 되돌아보는 작업이다. 축구를 더 발전시키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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