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 및 유럽 통합의 주역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 장례식이 유럽연합(EU) 차원의 국장으로 승격돼 엄수될 것으로 보인다.
18일(현지시간) 독일 일요신문 빌트암존탁은 지난 16일 별세한 콜 전 총리의 장례식이 23일 유럽 차원의 국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헬무트 콜은 이미 생전에 그의 각별한 공헌을 인정받아 유럽 명예시민이 됐다”며 “따라서 유럽 차원의 국가행위(국장)를 마련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계획이 확정될 경우 콜 전 총리는 범유럽 국장 예우를 받는 첫 인물로 기록된다. 1982년부터 1998년까지 독일 역대 최장 기간 총리를 지낸 콜은 집권 중 동서독 통일뿐 아니라 EU 출범에 크게 이바지했다.
콜 전 총리의 장례 계획은 융커 위원장이 제안하는 형식으로 발표됐으나 이미 장소 등이 상당 부분 구체화됐다. 장례식은 유럽의회가 있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진행된 후 약 110㎞ 떨어진 그의 고향 독일 라인란트팔츠주 슈파이어 대성당에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운구 행렬은 스트라스부르에서 라인강 줄기를 따라 슈파이어에 도착하며, 유족과 측근들은 슈파이어 대성당에서 공개 국장을 치른 후 별도의 조문 행사를 갖는다.
국장 승격 제안으로 융커 위원장과 콜 전 총리의 개인적 인연도 주목 받고 있다. 콜 전 총리와 같은 시기에 룩셈부르크 총리를 역임한 융커 위원장은 콜의 작고 직후 내놓은 성명에서 “나의 멘토이자 친구, 유럽의 진정한 정수였던 그가 몹시 그리울 것 같다”고 애도했다. 융커 위원장은 1954년생으로 1930년생인 콜 전 총리보다 한세대 가량 젊은 후배지만, 평소 능숙한 독일어로 콜 전 총리와 유럽에 대한 식견을 나눴던 사이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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