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때 시스템 안 따르고
‘인사 배제 5대 원칙’ 안 지켜
靑 “인사 민정라인 과부하” 해명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로 문재인 정부의 인사검증시스템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청와대는 “인수위 없이 출범하면서 시간이 촉박했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참여정부 인사시스템마저 따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곤혹스런 입장에 빠졌다.
청와대는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발탁한 이후 위장전입 전력이 논란이 일자 자세를 낮추고 국민과 야당에 양해를 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인사 배제 5대 원칙’ 공약에 어긋나지만, 부당이익 획득에 목적이 있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청와대가 이후 발표한 인사 가운데 안 후보자는 허위 혼인신고 사실이 드러났고, 그간 엄정한 잣대가 적용된 음주운전과 논문표절 등의 전력이 있는 후보자들이 지명되면서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지금까지 ‘후보 추천→인사ㆍ민정수석실의 2~3배수 압축→약식 검증→대통령에게 보고→1~2배수 압축→대상자 동의 하에 정밀 검증→인사 발표’ 단계를 거쳐 장관 후보자를 지명해 왔다. 청와대 인사수석실은 국회와 전문가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장관 후보자들을 추천 받은 뒤 민정수석실과의 논의를 거쳐 2~3배수로 압축한 뒤 언론보도나 평판조사 등의 약식 검증을 거쳐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이후 후보자를 단수나 2배수로 압축해 민정수석실에서 전과 여부 등 정밀 검증을 실시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참여정부 때 만들어진 인사추천위원회는 가동되지 않았다. 인사추천위는 대통령 비서실장을 위원장으로 정책실장, 국가안보실장, 정무ㆍ민정ㆍ인사ㆍ홍보(현 국민소통)수석 등으로 구성된 합의제 기구로, 인사수석실의 추천안과 민정수석실의 검증안을 두고 논의를 통해 적합한 인사를 가려냈다. 추천과 검증을 분리해 실세의 입김을 최대한 배제하는 장치였다. 현 정부에선 아직까지 정밀 검증에 앞서 인사추천위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치거나 정무적 판단을 하는 단계가 생략된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인사ㆍ민정라인이 첫 내각뿐만 아니라 청와대 비서관ㆍ행정관 등에 대한 인사 검증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수석들은 임명됐지만 실질적인 추천과 검증을 담당하는 일반직, 별정직 비서관과 행정관들은 아직까지 인선이 마무리되지 않아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출범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 파견된 일반직 공무원의 대다수는 해당 부처로 복귀했고, 새 정부에서 임용될 별정직 비서관과 행정관들도 신원조회 등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 내정자 신분이 많은 상황이다. 더욱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경우도 현재 경찰에서 파견된 인력이 없이 검증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흠결이 있는 후보자들을 인선한 데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문 대통령이 위장전입과 논문표절, 세금탈루,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등 5대 인사 배제 원칙을 밝혔음에도 위장전입 전력의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됐으며 김상곤 교육부 장관 후보자 또한 논문표절 의혹에도 불구하고 청문회를 기다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스스로 내세운 인사 기준마저 지키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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