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보험업계엔 긴장감이 맴돕니다. 문재인 정부의 칼날이 보험업계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출범 한 달 만에 자동차보험과 실손 보험료 인하 추진, 일감 몰아주기와 담합 지적까지 이어지며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습니다.
우선 보험료 인하 압박 조짐이 가시화하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앞으로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강화됨에 따라 보험업계가 지난 5년 간 1조5,000억원의 반사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고 향후 실손 보험료 인하 등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이는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밝힌 공약사항이기도 합니다. 자동차 보험료 인하 압박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보험료 인상의 근거였던 손해율이 지난해부터 70% 후반대로 떨어지는 등 경영 여건이 개선됐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행보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사고 발생이 잦은 운전자에 대해 보험사들이 가입을 거절하는 경우가 있다”며 보험사 간 가입 거절 담합 의혹을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보험 보상금 지급을 평가하는 손해사정사들의 일감이 계열사에 집중되고 있는 점도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의 표적이 될 수 있습니다. 일찌감치 경고를 보내 온 금융 당국이 새 정부 출범에 발맞춰 감독과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큰 상황입니다.
이러한 환경은 보험주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올 들어 지난 13일까지 증권지수가 37.3%나 급등한 반면 손해보험 지수는 15.0% 생명보험은 8.4% 오르는데 그쳤습니다. 코스피 상승률(17.2%)에도 못 미치는 성적입니다.
그럼에도 보험업계는 자칫 정권 초반부터 ‘찍힐까’ 우려해 몸을 한껏 낮추는 분위기입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보험료 자율화 이후 상위권뿐 아니라 여력이 좋지 않은 중소형사까지 나서 경쟁적으로 차 보험료를 내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오히려 편법으로 비급여 항목을 만드는 의료업계의 과잉진료와 의료쇼핑이 실손 보험의 더 큰 문제인데 제도개선 없이 민간 보험만 건드리는 건 보험사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또 다른 규제로 된서리를 맞을까 노골적으로 내색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움츠릴 대로 움츠린 보험업계의 몸 사리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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