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환경평가 비난 美 인사 발언에
“사고 낸 자들이 큰소리… 적반하장”
국내 언론 ‘한미 엇박자’ 시각도 비판
환경영향평가를 위한 문재인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유예 조치가 한미 동맹을 약화할 수 있다는 미국 측 인사의 발언에 대해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과 함께 방미 중인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18일 “오만한 언사”라고 비난했다.
김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어제(현지시간 16일) 미국 우드로윌슨 센터 세미나에서 마이클 글린을 비롯한 미 측 패널들이 사드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중국 눈치 보며 미국과의 동맹을 약화하겠다는 거냐’고 저에게 거칠게 따졌다”고 소개한 뒤 “참으로 교만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그는 ‘사드에 대해 제대로 알고 이야기하라. 과속 사고를 낸 사드 배치로 동맹국에서 역풍을 초래하고 무슨 동맹 약화 운운하냐’고 반문하자 이들이 그냥 넘어갔다”면서 “교만함에는 당당함으로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서화해 정책’(동방 정책)을 추구해 냉전 시대 동서의 긴장을 완화하고 독일 통일의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는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가 과거 미 워싱턴을 방문했을 당시 “이 도시는 교만하다”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적이 있다는 일화도 김 의원은 소개했다. 그는 “당시 브란트가 동독과의 긴장 완화 정책을 추진하자 닉슨 대통령과 키신저 국무장관은 브란트를 향해 ‘값싼 민족주의자’라고 비난을 퍼부었다”며 “범세계적으로 소련과의 세력균형을 추구하는 미국에 협조하지 않고 냉전을 완화하려는 브란트를 미국이 깔보고 무시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김 의원은 국내 보수 언론의 시각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무작정 미국을 추종하는 비굴한 태도라는 것이다. 그는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일부 인사들의 비아냥이 들린다. 문정인 특보의 강연 내용은 즉시 대서특필됐다. 미국보다 한국 언론이 ‘미국과 엇박자 난다’고 난리”라며 “사고 낸 자들이 적반하장 격으로 더 큰소리를 치는데도 이런 엉터리를 국내 언론과 정치권이 답습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노릇”이라고 개탄했다.
앞서 문 특보는 16일(현지시간) 한국 동아시아재단과 미 우드로윌슨센터가 워싱턴에서 ‘한미 신행정부 출범과 한미 동맹’을 주제로 마련한 세미나에 참석해 사드 환경영향평가와 관련, “주한미군도 한국법 위에 있을 수 없고, 우리 대통령도 한국법 위에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는 “사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 동맹이 깨진다는 인식이 있는데, 그렇다면 그게 무슨 동맹이냐”며 미국을 비판하기도 했다.
문 특보는 워싱턴 방문에 이어 뉴욕으로 이동, 비영리재단인 아시아소사이어티가 주최하는 세미나에 참석한 뒤 21일쯤 귀국할 예정이다. 문 특보의 이번 방미에는 진보ㆍ개혁 성향인 김 의원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동행했다. 최근 8년 간 진보 성향의 군사전문지 ‘디펜스21플러스’를 운영해 온 김 의원은 참여정부 때 대통령비서실 국방보좌관실 행정관을 지낸 안보 전문가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