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3D 무선 충전기 개발
거래처와 통화할 때만 쓰는 업무용 휴대폰, 친구들과 수다 떠는 개인용 스마트폰, 주말 카페에서 펼쳐보는 태블릿PC 등 한 사람이 사용하는 스마트 기기가 점점 늘고 있다. 용도별로 기기가 다양해지면서 편의성은 높아졌지만 막상 골치 아픈 건 ‘충전’이다. 배터리가 부족할 때마다 콘센트를 찾아 헤매야 하고 꽂을 수 있는 충전기도 제한돼 있다.
이 같은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무선 충전 기술’을 선보였지만 아직까지는 불편함이 적지 않다. 콘센트와 연결돼 있거나 미리 충전해 둔 패드 위에 스마트폰 단면을 정확하게 밀착시켜야 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적 단점을 극복한 3차원(3D) 무선 충전기를 개발됐다.
18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따르면 국내 연구진들이 위치나 방향에 상관없이 충전할 수 있는 컵홀더 형태의 ‘이컵’(E-Cup)을 개발했다. 지름 약 10㎝ 크기의 컵 모양으로 스마트 기기 여러 개를 넣어두기만 동시에 충전할 수 있고 어떤 방향으로 놓아도 충전 효율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게 특징이다.
이컵의 핵심은 특정 공간 안에 자기장의 분포를 균일하게 유지하도록 하는 균일장을 생성하는 기술이다. ETRI는 패드 형식 기술이 쓰는 자기유도 방식이 아닌 자기공명 방식을 활용, 직접 닿지 않아도 에너지가 효율적으로 전달되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컵 안에서는 좌우, 위아래 등 방향으로 모두 에너지가 전달되는데, 일반 유선 충전과 같은 전력 충전 속도를 낼 수 있다. ETRI 관계자는 “3D 무선충전 구현 사례 중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상용화 수준을 70%로 내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앞으로 무선충전기 시장은 2022년 13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ETRI는 컵 크기에서 더 나아가 거실 같은 일반 생활 공간(25㎡)에서 무선충전이 가능하도록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호진 ETRI 전파ㆍ위성연구본부장은 “이번에 개발한 3D 무선충전 기술은 초기 연구단계이지만 적용 분야를 고려하면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며 “미래에는 사물인터넷(IoT), 친환경 자동차, 드론 등 전파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가 확산될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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