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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 김옥빈이어야 했던 이유(인터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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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 김옥빈이어야 했던 이유(인터뷰①)

입력
2017.06.1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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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빈이 '악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지숙 기자
김옥빈이 '악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지숙 기자

영화계 주류인 남성들 사이에서 여배우들은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배우 김옥빈은 다르다. 연약함과 강인한 이미지를 모두 가진 김옥빈은 충무로에서 소중한 가치를 지녔다. 앞서 그는 영화 ‘박쥐’에서는 위험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줬고, ‘고지전’에서는 순박하고도 강인한 모습을 선보이며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로 성장했다. 일반적으로 대한민국에서 여배우들이 할 수 있는 작품이 로맨스에 집중돼 있는 것과 달리 김옥빈은 자신만의 역사를 쓰고 있는 것이다. 이번 영화 ‘악녀’에서도 김옥빈은 여배우에게 주어진 편견을 뛰어넘었다.

김옥빈은 “나는 데뷔할 때부터 여배우와 벗어나는 행보를 걸었다. 캐릭터라든가 젠더에 고정되는 것을 싫어했다. 편견과 싸운다기보다는 인간으로서 ‘이걸 왜 구별해야지?’ 라는 생각을 한다. 다 똑같이 먹고 사는 거 아닌가”라면서도 “일부러 특별한 캐릭터만 찾는 건 아니다. 사실 멜로를 하면 뭔가 부끄럽다. 진짜 상대 배우를 사랑할 것 같다. 너무 민망하다”라고 부끄러워하며 웃었다.

물론 김옥빈은 2009년 영화 ‘박쥐’로 큰 인상을 남긴 후 그것을 뛰어넘을 만한 모습을 보이진 못했다. 가장 최근작이 2013년 영화 ‘소수의견’과 2014년 드라마 ‘유나의 거리’이지만 이 작품들에서 그의 진가를 펼치기엔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김옥빈은 영화 ‘악녀’를 통해 또 한 번 놀라움을 주며 충무로에 다시 나타났다.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액션물, 그것도 원톱 여성물로 돌아온 것이다. 최근 유행하는 것을 모두 비껴간 그의 모습을 보면서 반가움과 대견함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악녀’에서 어린 시절부터 킬러로 길러지는 숙희 역을 맡은 것에 대해 김옥빈은 “나도 신기했다. 액션신이 한 두 신이 아니라 엄청 긴 시간 동안 계속 이어진다. 다루는 무기부터 탈것들도 다양했다. 이걸 어떻게 만들려고 하시는 걸까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감독님은 영화 ‘매드맥스’를 보고 왜 우리나라엔 없는지 의문을 가지셨고, 본인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실행하고 싶었던 것을 영화에 다 가지고 왔다. 주변에서도 여성 원톱 영화가 되겠냐 했는데 신기하게 투자사도 참여해주셨다. 나도 여기에 부응해서 멋지게 해내고 싶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옥빈이 '악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지숙 기자
김옥빈이 '악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지숙 기자

제작 과정부터 도전으로 여겨졌던 이번 영화의 주연으로는 김옥빈이 선정됐다. 많은 여배우 중 왜 김옥빈이었을까. 김옥빈은 “내가 운동을 잘 한다고 소문이 나 있었나보다. 그래서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쓰면서 내 생각이 많이 났다고 하더라”라며 “숙희 캐릭터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커가면서 드라마틱한 감정을 겪는다. 여배우가 할 수 있는 모든 연기를 한 작품에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좋아서 나도 하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옥빈은 합기도ㆍ태권도 유단자에 복싱과 무에타이까지 액션 기본기가 탄탄한 배우다. 게다가 캐스팅된 이후 그녀는 2개월 이상 액션스쿨에서 영화에 필요한 무술을 배웠고, 결국 대부분의 액션 장면을 대역 없이 소화했다.

이렇게 준비한 김옥빈이 아쉽지 않도록 ‘악녀’는 무시무시할 정도로 액션 신이 쏟아진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이 죽어 나간다. “몇 명이나 죽인 것 같냐”는 질문에 김옥빈은 “일단 오프닝에서 70명을 죽인다”고 덤덤하게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악녀’에는 엄청난 스케일과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디테일한 액션 신이 펼쳐지는데, ‘과연 어떻게 찍었을까? 어디까지가 CG일까?’라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김옥빈은 “와이어 지우는 것만 CG고 거의 실사다. 버스에서 사람이 날아가는 것도 더미(인체 모형)가 아니라 사람이다. 스턴트맨이 와이어를 달아서 직접 액션을 하셨다. 오토바이 액션신도 직접 카메라를 달아서 찍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악녀’는 여성 액션 영화의 대표작인 ‘킬빌’ ‘니키타’ ‘루시’ ‘한나’ ‘레지던트 이블’ 등을 떠올리게 만든다. 특히 ‘니키타’의 설정과는 비슷한 점이 많다. 많은 여성 액션 영화와 비교 당하는 것에 대해 김옥빈은 오히려 “좋다. 화제가 됐으면 좋겠다. 액션 영화의 표본이 된 분들과 비교 되면 좋은 것 아닌가”라고 쿨하게 답변했다. 그는 “언급된 여성 액션 영화는 모두 봤다. 처음엔 ‘악녀’의 숙희가 킬러이면서 맑고 순수함까지 가지고 있는 모습을 보며 ‘이게 일치가 된단 말야?’라는 의문이 들었는데, 다른 영화들을 찾아보니 이상한 게 아니구나 싶었다. 사람을 죽이면서도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이질감이 없이 스며든다”라고 말했다.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김옥빈. 때문에 영화팬이라면 그의 앞날이 기다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김옥빈은 또 어떤 작품으로 우리를 찾아올까. 그는 시나리오 고르는 절대적 기준은 없다고 했다. 김옥빈은 “시나리오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고른다. 파이팅 넘칠 때는 밝은 것을 하고 싶고, 우울하면 또 그걸 작품에 녹여내고 싶다. 우선 시나리오 구성이 탄탄한가 본 후 등장인물들이 살아있는가를 본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내가 어떤 것을 해낼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작품을 선택한다”고 전했다.

이주희 기자 lee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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