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언컨대, 김영철은 기자가 만난 인터뷰이 중 가장 말이 많고 빠른 사람이었다. 웬만해선 질문하러 치고 들어갈 틈도 없다. 인터뷰를 시작하는 의미에서 가벼운 질문 하나를 던졌는데, 그 한 질문에만 족히 10분이 흐른 것 같다. 기자가 '이걸 어쩌지' 싶어 얘기를 꺼내자 김영철이 쿨하게 그런다. "제 말, 끊으셔도 돼요. 예능에서도 다들 제 말 끊잖아요?"
최근 서울 종로구 한국일보사옥에서 수수한 차림의 김영철을 만났다. 라디오 녹화를 막 마친 그는 가방에 지면 신문을 넣고 등장했다.
-실제로 신문을 이렇게 들고 다닐 줄 몰랐는데
"제가 좀 아날로그 스타일이라. 휴대전화로도 메모, to do 리스트 만들어 다녀요. 웬만해서 지면 헤드라인 뉴스는 다 봐 놓고요"
-오늘도 라디오 생방을 했나
"월~금요일 생방을 하고, 토, 일요일 방송을 녹음하죠. 오늘은 좀 녹음이 많은 날이었네."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오늘은 오전 7시부터 9시, 그리고 9시30분부터 12시30분까지. 전 라디오를 정말 좋아해요. 평생 라디오만 하고 싶을 정도로 라디오를 사랑하죠. 요새는 TV 다시 보기가 있지만 사실 라디오는 '오늘'을 듣는 거잖아. 물론 다시듣기가 가능하긴 하지만. 라디오를 들으면서 '오늘은 산다'는 느낌이 너무 좋은 거지.
그리고 라디오는 예민해, 다 들켜요. 제가 조금만 피곤해도 여성 청취자들은 '어제 잠 못 주무셨죠 목소리가 갈라지는데요?' 다 알아채거든요. 예전엔 PD랑 약간 의견 다툼을 하다가 라디오 부스에 들어갔는데 '오빠 무슨 일 있냐'면서 다들 알더라고. 작가들이 말하기를 그런 게 다 티가 난다고 했어요.
제가 말이 많은 편이긴 한데, 오전 라디오는 굉장히 촘촘히 짜여 있어서 사실 제 얘기를 할 시간이 거의 없어요.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고요, 제가 어제 '라라랜드'를 봤다고 얘기 했잖아요~' 하고 영화 얘기 시작하려는데 밖에서 PD가 끝곡을 소개하라고 손짓하는 식이에요. 그래서 내가 '끝곡 소개하라고 하는데, 여러분, 제가 '라라랜드' 본 얘기는 도대체 언제쯤 할 수 있을까요?' 하면 다들 웃고. 근데 이렇게 말하는 중에 이미 노래가 나오고 있는 거고. 대체 내가 '라라랜드' 본 얘기는 언제쯤 할 수 있을지…."
-좀 놀랐다. 한 질문에 이렇게 확장해서 대답해준 사람은 처음이라
"최근 방송에서 한 얘긴데, 김지선 누나한테 전화가 온 거예요. '영철아 강변북로가 막혀서. 차 막 힐 때 너한테 전화하면 된다던데?' 하고. 이게 무슨 얘기냐면, 전화해서 '영철아 잘 지내?'하면 제가 그 잘 지낸 얘기를 3-40분 동안 늘어놓는다는 게 소문이 난 거지. 개그맨 후배들도 차 막힐 때 나한테 전화한다고 연락이 오고.
신동엽 형도 그런 얘기를 했어요. 진짜 무료할 때 김영철한테 말 한 번 걸어보라고, 예전에 '영철아 잘 지내? 물었더니 잘 지낸 얘기를 2시간 동안 해서 미치는 줄 알았다'고 말이죠. 그런데 이상하게 자기도 내 얘기 듣다가 끊을 타이밍을 놓쳤어, 말려서 답을 하게 되고 재밌어서 계속 얘기를 하게 된다고 했어요."
-제가 지금 그런 상황이다
"끊으셔도 돼요. 예능에서도 다들 제 말 끊잖아요?"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강희정 기자 hjk07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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